고위공무원(행시) 분위기.blind

고위공무원(행시) 분위기.bl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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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토픽 > 블라블라
(2)현직자가 느낀 공무원(특히 행시)의 요모조모
(3)공무원. 1*******
(4)일단 본인은 행출 n년차 사무관
(5)과분하게도 최연소 합격이라고 신문에 나오고 그랬음
(6)일과 끝나고 블라 눈팅하다가 다른 사무관 형이 쓴 한탄글에 누칼협 댓글 깔려있길래
(7)원래 글 안쓰는데 n년차 회사생활 하면서 느낀점 적어봄
(8)행출들 일단 다들 똑똑함.
(9)행시 합격하고 더 위를 노리느냐 아니냐 개인차는 있어도허풍 좀 섞어 말하면 대체로 중고딩때 동네에서 천재소리 듣던사람들이 대부분이고
(10)대선배들 중에 출세 포기하고 뒷방 늙은이처럼 호봉만 쌓는 간부급(15년차~)분들도 분명 있지. 근데 이분들도 사석에서 이야기나눠보면 놀랄정도의 통찰력과 식견을 갖고 계셔서 감탄할 때가많음.
(11)진짜 잘나가는 에이스 간부들(요직 국장, 실장, 차관 등등)은 50대인데도 경이로울 정도로 머리 팽팽 돌아가시고.
(12)근데 돈은 못벌음. 차관 연봉이 한 1.4억 되나?
(13)물론 업추비 등등이 따로 나오기는 하지만, 그거야 행시랑 비교대상이 되는 주요 전문직이나 대기업 임원들도 마찬가지니 상쇄되는 거고.
(14)돈만으로 따지면, 평생 에이스 소리 듣고 승승장구하며 2~30년관료생활 한 장차관보다, 저년차 의사 변호사 회계사가 돈 많이
(15)근데 이건 사실 큰 문제가 안 됨. 정확히는 문제가 안 됐음.
(16)왜냐하면, 우리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서 사회를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자부심, 보람, 그런 것들을보고 이 직업(시험)을 택했기 때문임.
(17)공교육 궤도를 타며 비슷한 수준의 노력을 들인 타 직종(특히 전문직)에 비해서야 돈을 못 벌어도,
(18)어느 정도 먹고 살 만큼은 벌거니와 혼테크도 심심찮게 있었기
(19)굳이 ‘나 자신’이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충분히 공익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자아실현하면서 잘 살 수 있었기 때문.
(20)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음.
(21)-일단, 청사가 세종으로 이전함. 서울 과포화를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이룩한다는 취지는 좋아. 근데 옮길거면 국회나 청와대 등까지 다 제대로 옮겨서 정말로 행정수도를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옮기면 안 됐음. 애매하게 행정부, 그것도 일선 부처들만 어정쩡한 위치에 어정쩡하게 박아버리니, 민간과의 교류도 점점 끊기고갈라파고스화가 됨. 일평생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시골에 강제이주당해서 우울증에 걸림. 심지어 관사도 안 주고, 이 동네 임대인들은 공무원들이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알고 월세를 미친듯이 후루룩짭짭함(나성동 7평짜리 오피스텔 요새 월세만 65~70하더라). 세종에 기차역 하나 없는 건 정말 얼척없는 코메디고.-다음으로, 집값이 근로소득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으로 뛰어서, 메슬로의 욕구 피라미드 맨 아래쪽에 위치한 의식’주’가 불안해짐. 세종 이전하면서 특공 주지 않았냐고? 그건 ’19년도 임관자(61회)까지였고, 그 뒤에 들어온 청년층은 그런 거 구경도 못함. ‘주거’라는 삶의 근본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금력(연봉or수저)의 중요성이 급증함. ‘명예’라는 실체없고 대기만성형인가치는 점점 선호도가 떨어지고, 직관적이고 확실한 ‘돈’에 대한사회의 선호도가 크게 확산됨.
(22)- 마지막으로, 사실 나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정치권 입김이 너무 세짐. 국회의 행정부 길들이기(국감때 새벽까지 무한대기하는거나, 비서관이 행정부 국과장을 여의도까지 오라가라 한다거나), 정부시책에 따라 업무했는데 정권 바뀌니까 감사받고(산업부 원전 신내림 서기관 그분 결국 의원면직’당함), 이런저런크고작은 일들로 업무역량을 온전히 ‘좋은 정책 만들기’에 쏟을수가 없는 환경임. 자세하게 말해봐야 누워서 침뱉기네.
(23)코로나로 나라가 힘드니까 연가보상비(연가 못쓰고 일한 대신 못
(24)쓴 연가에 비례해서 받는 일종의 위로금) 반납해라,
(25)장차관 유튜브에 가서 댓글달고 좋아요 눌러라,
(26)냉난방은 무슨 규정이 그리 심한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고.
(27)쾌락 없는 책임이 이런걸까?
(28)본질을 따져보면, ‘나는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직원들
(29)이 정말 많아진 것 같아.
(30)’니가 선택해놓고 왜 징징댐?’이라 말한다면,
(31)내가 실상이 이럴줄 알았겠음?ㅋㅋㅋㅋ 직접 그 구성원이 되어보
(32)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거잖아? ㅎ
(33)다들 힘들지. 그럼에도 각자 위치에서 노력하는 걸테고.
(34)그렇지만, 어떤 직업을 택한 사람이, 이 길을 택했다는 것에 대해
(35)자기혐오를 느끼는 지경이라면,
(36)그건 분명 잘못된 것 같아.
(37)아무튼… 야밤에 머리 퍼진 채로 의식의흐름대로 싸지른 글이라
(38)가독성 떨어질 수 있어.
(39)다들 힘든데 그만 좀 서로 물어뜯자.
(40)사랑만 하면서 살기에도 짧은 인생 아니니.
(41)직위/직급 행정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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