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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이라면서, 받아주지 않는 2만명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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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부모가 미등록 이주 노동자이면 자녀도 미등록 이주 아동이 된다. 분명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다. 주민등록번호도, 외국인등록번호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어떤 혜택이나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도 갈 수 없다. 원장 재량으로 받아줄 수도 있지만, 세 아이 모두 집 근처 어린이집에서 입학을 거절당했다.

무엇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루 평균 12만원 일당을 받아 살림을 꾸리는 부모의 입장에서 하루 수십만~수백만 원씩 드는 비용을 감당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두 달 전에 맥스가 손목을 다쳤어요. 그런데 정부랑 의사랑 싸우고 있어서 병원을 네 군데나 돌아다니다 겨우 치료 받았어요. 3일 입원했는데 300만원 나왔어요.” 치료비보다 더 막막한 문제도 있다. “아이가 아플 때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지,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못 들어요.” 번역 앱을 통해 궁금한 점을 물어볼 틈도 없이 진료가 끝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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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2021년 4월 법무부가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 아동이더라도 국내에서 출생해 15년 이상 국내에 머물렀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업을 위한 체류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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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더라도 1년간 임시 체류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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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얻을 수 있다. ‘국내 출생, 15년 이상 국내 거주’ 조건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나오자 법무부는 개선안을 발표해 2022년 1월 외국에서 출생했더라도 여섯 살 미만일 때 입국해 6년 이상 국내에서 살아온 아동에게도 체류를 허락했다. 하지만 이 구제 대책은 임시 제도로, 3개월 뒤인 2025년 2월28일자로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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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이를 낳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 중에는 차라리 아이만 고국으로 보내는 걸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맥스, 제니, 나나와 함께 지냈던 마리도 생후 6개월 차에 타이에 있는 엄마의 친정으로 보내졌다. “사실 많이들 그렇게 해요. 한국에서는 도저히 아이를 가르칠 방법이 없으니까요. 부모가 동의서를 써주고 타이에 갈 일이 있는 지인에게 아이를 맡겨서 보내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조부모가 공항에 나와 데려가는 거죠. 타이로 가는 지인이 없으면 전문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맡기기도 하고요.” 한상훈씨가 말했다.

세 엄마는 아직 한국에서 아이를 초등학교까지 보낸 사례를 직접 본 적은 없다. 갓난아기를 고국으로 떠나보낸 마리의 엄마와 주말마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에 잠긴다. 저출생과 지역의 노동력 부족이 국가의 화두가 된 지금, 전국 곳곳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 2만명이 불안한 낮과 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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