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ter by 카테고리

20여 년 만에 첫사랑 만나고 왔습니다

()

우선 후기 좀 달라는 분들이 많아 무거운 분위기의 일요일이지만, 응원해 주신 만큼 후사도 알려드려야 함이 마땅하다 생각하여 글을 씁니다. 장거리 이동과 에그 방전 등 여차여차 늦게 알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음. 아무리 비실명이지만, 그녀에게 이 만남 전 인터넷에 올려보았다는 걸 알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여, 만나서 서로 어색함이 사라지고 깔깔거리며 한 잔 할 때 게시물들을 보여줬습니다.

나쁘게는 생각지도 않았고, 제가 이만큼 생각하고 자기를 만나러 왔다는 것에 살짝 놀라다 조금은 재밌는지 곧 깔깔거렸습니다. 댓글들을 쭉 보고는 성적인 질문에 ‘하여튼 남자들ㅋㅋ’ ‘또 물어보면 그냥 했다 그래. 못했다고 하면 오빠가 쪽팔리겠는데ㅋㅋ’

안 지워도 되겠냐, 후기도 써줘야 할 것 같다는 제 말에 단서를 달았습니다. 지역, 직업, 사진, 지인들이 알 수 있는 별명 같은 지칭단어 금지 등 조건들을 달았습니다. (이 게시물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하여, 앞 게시물들보다 후기글 자체가 훨씬 건조체가 될 것 같습니다.

1. 원래 유난히 하얀 피부의 아이였습니다. 타고난 피부는 여전했으며 살이 쬐금 붙기는 했지만 동나이대 최고 동안입니다. 진짭니다.

2.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원래 성격이 당차고 씩씩했습니다. 이번엔 만나자 말자 제 어깨를 탁 때리고는 ‘오~ 좀 늙었데이’ 였습니다. 파워는 업 되어있었고, 멘탈은 지구최강이 되어있었습니다. 제가 믿고 따를만한 사람임은 확실합니다.

3. 핀잔부터 들었습니다. 여름에 카페에서 봤으면서 아는 척 안 했던 일. 그때 차 사고 나서 정비센터 맡기고 사고처리 때문에 카페에서 이리저리 지인들, 인터넷에 검색 중이었답니다. 미안했지만 크게 안 다쳐서 다행입니다.

4. 혼인신고 및 결혼식 한 적 없으며, 아이도 없다고 합니다. 남자복 지지리 없다며 원통해 했습니다. 이로써 그녀는 처녀입니다. 그리고 사주팔자는 앞으로 어떻게든 바뀔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5.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만, 지금은 저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6. 자신이 저의 첫사랑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첫사랑이라고 한 남자가 또 있었답니다. 나처럼 이렇게 보자고 하면 어쩔 거냐 라는 말에 ‘한번 보기나 봐야지.뭐’ 라고 해서 그럼 같이 보자 했습니다. 분명 사기꾼 앞에 혼자 둘 수 없습니다.

7. 직장은 오래되어 편하고 괜찮은데, 사양사업이라 조금 위태롭기는 하다고 합니다. 제가 있는 지역이 그나마 자기 분야가 많기도 하고 시스템이 좋다고 합니다. 조만간 직업소개소 개업을 생각해봅니다.

8. 저의 다른 게시물들을 보고는 깔깔거리며 지지리 궁상:궁상은 어렵고 궁한 상태이며, 자기도 수도권에서 문화생활이나 가보고 싶은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닌데 이동 편 등 엄두: 감히 무엇을 하려는 마음을 먹음. 가 안 난다고 합니다. 궁상과 엄두는 모두 제 전문입니다.

9. 안했습니다.

10. 네. 고자는 아닙니다.

추천

40

공유

이 게시물은 얼마나 유용했습니까?

별을 클릭하여 등급을 매깁니다!

평균 평점 / 5. 투표 수:

지금까지 투표가 없습니다! 이 게시물을 평가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되세요.

리플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