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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지인의 중앙일보 제보 기사
(2)내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오. A씨(61)는 원래 전북 모 자치단체 토목직 공무원이었소.비리에 연루돼 파면됐지만 말이오. 이후 도박판을 전전했소. 주머니가 가볍다 보니
(3)끼니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얻어먹었다오.
(4)제 38회
(5)로또 이미지. [연합뉴스]
(6)형님뻘인 사람이 A씨에게 4000원짜리 짬뽕을 사주면서 “넌 짬뽕 먹을 자격도 없다”고구박하는 건 일상다반사였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멸시를 당했다오.
(7)그러다가 약 10년 전쯤 꿈 같은 일이 벌어졌소. 전주 복권집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심정으로 산 로또 한 장이 1등에 당첨된 것이오. A씨는 세금 빼고 43억원을움켜쥐었소.
(8)도박판에서 ‘동냥아치’ ‘천덕꾸러기’ 소리를 듣던 그는 하루아침에 ‘회장님’ 소리를 듣게됐다오. 벼락부자가 된 A씨는 그러나 부인(59)과 자녀에게는 로또 당첨 사실을 철저히숨겼소.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지만, 10원짜리 한 장도 안 줬다고 하오.
(9)대신 A씨는 거의 매일 술집과 도박판을 돌아다니며 흥청망청 돈을 썼소. 손안에자그마치 수십억원이 있는데 뭐가 두려웠겠소.
(10)한풀이였을까. 호주머니에 단돈 1000원이 없어 끼니를 걱정했던 A씨는 말 그대로 물쓰듯이 돈을 뿌렸다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11)A씨가 조폭이 낀 불법 사행성 오락실에 6억원을 투자했다 경찰에 적발돼 게임기를몰수당한 일화는 유명하오. ‘친구에게 외제차를 사줬다’는 등 A씨를 둘러싼 소문은무성했소. 일일이 세기도 벅찼던 돈은 유흥비와 도박 자금 등으로 2년 만에 연기처럼사라졌소. 다시 빈털터리가 된 것이오.
(12)남편 대신 술집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렸던 부인은 뒤늦게 A씨가 ‘돈벼락을 맞았었다는사실을 알았다고 하오. 하지만 이미 A씨 혼자 43억원을 허공에 날린 뒤였소. 이 일로이혼은 안 했지만, 두 사람은 무늬만 부부인 ‘쇼윈도 부부’로 살고 있다고 하오.
(13)다시 쪽박을 찬 A씨는 요즘도 1000원짜리 고스톱판을 기웃거리며 푼돈을 빌려주는’꽁지’ 노릇을 한다고 하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소. ‘웃프다(웃기면서슬프다)’는 말이 적확한 표현 같소.
(14)기사보고 본인이 직접 중앙일보 찾아와
(15)정정한 인터뷰
(16)로또 1등 당첨금 40억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모두 날린 전직 공무원 A씨(67)의 말이다.
(17)-로또는 언제 당첨됐나.
(18)2003년 12월 (전주 한 복권집에서) 로또 1등 51억원에 당첨됐다. 세금 떼고 39억9000만원을 받았다.”
(19)-당시 로또는 얼마나 샀나.
(20)5만원어치 샀다. 로또 한 게임에 2000원이던 때다. 숫자는 자동으로 뽑았다. 4만원어치 4장(1장당 다섯 게임)은 모두 ‘꽝’이었다. 마지막장에 있는 A, B, C, D 네 줄까지 번호가 안 맞았다. 마지막 E줄에서 1등 당첨) 숫자 6개가 한눈에 싹 들어왔다.”
(21)-로또 당첨 사실을 부인과 가족에게는 왜 숨겼나.
(22)”당첨되기 전 후배와 1년 가까이 집에 안 들어가고 여관 생활을 했다. 둘이 도박판을 다녔다. 매일 (도박판에서) 담배 피우고 (집에) 들어가면 어린애들(두 딸)에게 담배 냄새 풍겨 안 좋았다. 당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A씨는 이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23)-로또 당첨금은 어디에 썼나.
(24)”(여관 생활을 하며 도박판을 전전했던) 아는 동생과 서울에 올라가서 사업 등에 투자해 사실상 6개월 만에 당첨금 40억원을 모두 날렸다. (당초 “A씨가 2년 만에 당첨금을 날렸다”는 제보자 말보다 탕진 기간이 짧았다.) 소문과 달리 술 마시는 등 유흥비로는 수천만원밖
(25)에 안 썼다.”
(26)-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27)맨 처음 동대문에 사무실을 얻어 의류사업 하는 데 5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옷을 받아 파는 경비로 15억원이 깨져 총 20억원을 1년 만에 까먹었다. 친구가 하는 오락실 사업에 6억원을 투자했다 날렸다. 부도 난 지인 회사를 살리려고 전기공사면허를 산다고 5억원을 썼다. 아는 동생이 부천에서 오락실을 한다고 2억5000만원, 또 다른 동생이 전주에서 사채업 한다고 2억5000만원을 빌려줬다. 나머지15억원가량은 서로 어려울 때 소주 한잔하던 친구와 선후배 등 지인들에게 빌려줬다가 모두 떼였다. 차용증은 쓰지 않고, ‘나중에 돈 벌면갚으라고만 했다. 아직까지 한 명도 빚 갚은 사람이 없다.
(28)-전주에는 언제 돌아왔나.
(29)2006년 5월 내려왔다. 그 전까지 서울 역삼동에서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00만원짜리 원룸에 살았다. 당첨금을 모두 까먹은 뒤 막판 6개월간 매일 24시간 술만 마셔 뼈만 남았다. 건강도 나빠져 당뇨병을 얻었다. 이 기간에 안사람이 전주 집을 놔두고딸들을 데리고서울에 올라와 함께 살았다. (몸이 아프자) 아버지 등이 오셔서 우리 가족을 데려갔다.”
(30)-부인은 로또 1등 당첨 사실을 숨긴 당신을 용서해줬나.
(31)(내가) 잘못한게 뭐가 있나. 남자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아이들을 굶기기라도 했나. 잘못했다기보다 미안한 마음이 들 뿐이다.
(32)-당첨금을 날린 데 대해 후회한 적은 없나.
(33)없다. 내가 원래 성격이 낙천적이다. 남을 탓하지 않는다. 대신 애들이 잘 컸다. (30대 초반인) 두 딸이 내 능력을 안 믿고, 자기들 나름대로 잘 살았다. 모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닌다. 딸들이 내가 좋아하는 만큼 아빠를 좋아하고, 내 생각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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