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창문조차 없는 고시원 쪽방. 이미지 텍스트 확인
(2)누군가 살다가 나가면서 버리고 간 낡은 이불안에,
(3)밤새 게시판에 똥글을 올리느라
(4)지친 달콤이가 잠들어있다.
(5)그때 방구석에서 들리는 진동소리.
(6)한달에 한두번 울릴까 말까한 핸드폰이지만
(7)게시판에 글올리기용으로 소중히 다루는
(8)그의 스마트폰이 울리는것이다.
(9)달콤이가 잠결에 화들짝 놀라 받아보니 모르는번호다.
(10)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보통 피싱이지만
(11)관심이 고픈 달콤이는 조심스럽게 통화버튼을 누른다.
(12)”안녕하십니까? 달콤이 선생님이시지요?”
(13)모르는 목소리다.
(14)더욱 조심스러워지는 달콤이.
(15)그간 하고산 못된짓만큼이나 두려운 일이 많은것이다.
(16)”네 그런데..요?”
(17)”아 저는 신나라일보 김춘삼 기자입니다. 선생님.
(18)게시판에 올리시는 선생님의 고견을
(19)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20)그래서 우리 신나라일보에서는
(21)선생님과 특별대담을 연재해볼까하는데요.
(22)언제 시간이 나십니까 선생님?”
(23)드디어 기다리던 그순간이 왔다! 하는생각에
(24)영혼이 육신을 버리고 당장이라도 승천할것같았다.
(25)누군가는 나의 위대함을 알아보리라! 라고 생각하며
(26)그렇게나 매일매일 글을써왔던 달콤이가
(27)기다리던 그순간인것이다.
(28)그러나 쉽게 인터뷰를 받아들이면
(29)안된다고 달콤이는 생각해본다.
(30)태어나서 처음받는 요청에 비싸게 굴어보고싶은것이다.
(31)필사적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32)짐짓 귀찮은듯 연기하며 말하는 달콤이.
(33)”아 제가 사업관계로 좀 많이 바빠서…
(34)또 소유한 건물들 관리도 해야하고…”
(35)’제발 날 붙잡아줘.. 제발.. 제발..’
(36)달콤이는 혹시라도 기자가 쉽게 포기할까봐
(37)벌써부터 눈물이 눈가에 맺힌다.
(38)그러나 달콤이의 걱정과는 달리 기자가 다급하게 말한다.
(39)”아니 그게 무슨말씀이십니까 선생님.
(40)인터뷰를 거절하시다니요?
(41)저희는 언제라도 선생님을 모시고
(42)인터뷰를 할준비가 되어있습니다.
(43)지금 당장은 어떻습니까? 선생님.
(44)달콤이의 입가에 한가득 미소가 띄어진다.
(45)구름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의 달콤이.
(46)달콤이의 목소리가 슬며시 거만스러워진다.
(47)”예의가 없군요. 당장이라니요? 저는 바쁜몸입니다.
(48)지금 당장 어디서 보잔 말인가요?”
(49)그러자…
(50)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51)”응 옥상으로 올라와 이새끼야”
(52)조선족 김씨의 목소리 너머로
(53)고시원 사람들 모두의 커다란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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