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경모씨 사진./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던 40대 남성이 장기기증 및 인체조직기증으로 1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지난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김경모씨(43)는 지난달 19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전라남도 완도 출생인 김씨는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돕는 따듯한 마음을 가졌었다.
김씨는 평소 뇌종양 및 출혈 등으로 지병을 앓고 있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설치 기사로 일하며 아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8세가 된 지금까지 홀로 꿋꿋이 육아를 이어온 든든한 가장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17일 김씨는 잠을 자던 중 뇌내출혈로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뇌사 상태에 빠졌다.
오랜 병원 생활로 힘들어했던 김씨의 고통을 잘 알고 있던 가족들은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김씨가 좋은 일을 하고 가면 다시 좋은 곳에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김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폐장·간장·신장(좌)을 기증해 4명을 살렸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의 환자를 도왔다.
어린 아들만 두고 세상을 떠난 김씨이기에 유족들은 더 안타까워했다. 김씨 어머니는 “8살 아이에게 ‘아빠가 하늘나라에 갔어’라고 말하니 ‘그럼 언제 만날 수 있냐’ 묻는다”며 “‘나중에 천국에 가면 만날 수 있다’고 말해주었지만, 아빠를 찾는 아이에게 하늘에서 아빠가 내려봐 줄 거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경모야 마지막 갈 때 엄마한테 어린 자식 놓고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말 한마디하고 가지”라며 “엄마가 애들 잘 보살펴줄 테니, 하늘가서 걱정 말고 잘 지내. 사랑한다, 아들아”라고 눈시울을 붉힌 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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