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우리 누나는 운이 좋아. 이미지 텍스트 확인
(2)복권을 사면 거의 다 당첨돼.
(3)당첨된다고 해도 3억엔처럼 꿈만같은 당첨이 아닌 게
(4)아쉬운 부분이야.
(5)거의 3000엔 정도가 당첨돼.
(6)몇 번 당첨된 지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야.
(7)고액은 100,000엔이 3번 당첨됐어.
(8)그때는 신이 나서 마츠사카 소고기에다 참다랑어에다
(9)대뱃살 같은 걸 사 와서
(10)나도 신이 났었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나.
(11)요즘은 10장씩은 안사고 3장씩 사고 있어.
(12)반년쯤 전, 퇴근길에 한 잔 했는지
(13)완전히 취해서는 자전거를 타다가 심하게 넘어져서 반
(14)쯤 울면서 집에 왔어.
(15)나한테 자전거 고쳐달라길래 살펴보니 타이어가 변형되어버린 거야.
(16)그래서 이런 건 못 고친다고, 가게에서 수리하라고 하니
(17)토요일에 근처 자전거 가게에 가져갔어.
(18)그런데 밤에 집에 와보니 현관에 전기 자전거가 있는거야.
(19)누나가 새로 바꾼 줄 알았는데 저녁밥 먹을 때 싱글벙글 웃으며 이러더라.
(20)자전거 가게에 수리를 부탁하려고 점원한테 봐달라고했는데,
(21)꽤 수리비가 나올 것 같았다는 거야.
(22)새로 살 건지 수리할 건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23)어떤 할머니가 자전거를 밀며 가게에 들어왔어.
(24)할머니와 점원이 얘기 나누는 걸 듣고 있으니, 아무래
(25)도 자전거를 처분하러 온 것 같았어.
(26)최근 몸이 안 좋아져 고령자전용주택에 입주하게 되었다고.
(27)자전거를 타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에 가져가도 못한다고 하시더래.
(28)점원은 중고 판매는 하지 않으므로 처분료 2,500엔을내시면 처분하겠다고 했어.
(29)그때 누나가 기뻐하며 [제가 받아도 될까요] 하고 할머니한테 부탁을 해,
(30)자기 자전거를 처분하고 그걸 받아서 집에 왔다는 거야
(31)넘어지긴 해도 다치진 않아.
(32)이런 게 누나에게는 일상다반사였어.
(33)사사로운 일에 묘하게 운이 좋아.
(34)근데 저번 주 토요일에 왜 그런지 이유를 안 것 같은 기
(35)분이 들어.
(36)토요일에 홋카이도에 사는 숙부숙모가 정년퇴임을 했
(37)다며 우리 집에 놀러왔어.
(38)우리 집에서 2박을 하고 다음주 내내 전국 여행을 한다
(39)숙부집은 아버지 친가라서 나나 누나도 여름방학 때 몇
(40)번 놀러 간 적이 있어.
(41)그런데 숙부가 우리집에 온 적은 없었어.
(42)누나도 온 기억이 없다고 했어.
(43)숙부한테 [별일이네.] 이러고 물어보니,
(44)우리집 신축파티 때 이후로 처음 온 거라고 했어.
(45)그 당시 나는 2살, 누나는 4살이니 기억이 안 나는 것
(46)도 당연하지.
(47)우리 집에서 지내는 동안은 일본식 방에서 지내기로 하
(48)고, 정리 겸 안내를 했어.
(49)숙부는 [오랜만이구만~] 이러고 있었는데
(50)숙모는 우리 집에 있는 신단(神棚)을 뚫어져라 보고 있
(51)는 거야.
(52)*신단: 집안에 신을 모셔 놓은 감실
(53)숙모는 후쿠시마 출신이며 상당히 영감이 강해.
(54)에피소드도 하나 있는데 그건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쓸
(55)숙모는 잠시 동안 신단을 본 다음 깔깔 웃었어.
(56)[가족들 모두에게 얘기해주고 싶으니, 불러와]
(57)그리고 일본식방 신단 앞에 모두가 모이자, 숙모가 얘
(58)기를 시작했어.
(59)[재밌다. 이런 일도 있구나. 나도 공부가 됐어.
(60)보통은 신이 화를 내는 법인데, 봐준 걸까.]
(61)다들 숙모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62)[있잖아, 신단에 말이야. 너구리가 있어.
(63)뭔가 너구리 그림 같은 게 놓여 있는 것 같은데 거기에
(64)붙은 것 같아.
(65)애초에 나쁜 존재는 아니구, 자연 그대로 같은 그런 느
(66)처음에는 장난삼아 붙은 걸 거야.
(67)그런데 그걸 신단에 올리고 매일 자기한테 기도를 하니
(68)혼란스러워서,
(69)좋은 쪽으로 착각을 한 것 같아.]
(70)아버지는 딱히 신앙심이 깊진 않지만 습관 삼아 매일
(71)신단과 불단에 기도를 해.
(72)다른 가족들은 가끔.
(73)[그래서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신처럼 되려고 하고 있
(74)다소 힘은 있지만 너구리니까 사소한 것 밖에 할 수가
(75)그래도 참 대단해. 백 년쯤 있으면 꽤나 힘이 세질 거야
(76)나중에는 신이 될지도 몰라.
(77)그러니까 도중에 좌절하지 않도록 조금만 잘 살펴줘.
(78)제대로 마음먹게 하고 싶어. 누가 그 그림 몰라?]
(79)숙모의 말에 누나가 아! 하고 소리치며 발판 위에 올라
(80)가 신단을 뒤지기 시작했어.
(81)그러자 신단에 있는 사당 같은 거 뒤에서 도화지 같은
(82)종이를 끄집어냈어.
(83)그 그림은 누나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린 그림이라고
(84)당시에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마구
(85)그려댔어.
(86)그러던어느 날 어머니가 장 보러 간 사이 그림을 그리
(87)기 시작했는데
(88)도그릴 곳이 없어서 일본식 방 벽장 후스마에도중에
(89)그렸다고 해.
(90)아니나 다를까 집에 온 어머니가 마구 화를 내며 누나
(91)가 그린 그림을 전부 버렸나 봐.
(92)그때 자기가 제일 좋아하던 그림 하나를 숨겼다고 해.
(93)당연히 다 어떤 그림인지 궁금하지.
(94)누나한테 보여달라고 하니 떨떠름하게 그림을 보여줬
(95)근데 뭘 그린 건지 잘 모르겠어.
(96)너구리? 개? 고양이? 여우?
(97)피카소 그림 같다…
(98)온갖 의견이 나왔어.
(99)누나한테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삐죽거리면서 이러더
(100)[말일 거야.]
(101)이걸 보고 [말]이라고 하는 누나도 대단하지만
(102)[날 그린 거다]라고 생각한 그 너구리의 감각도 대단해
(103)숙모의 어드바이스를 받아 액자에 사진을 넣고 신단 끝
(104)에 두기로 했어.
(105)[옛날부터 누나쨩 주변에 뭐가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106)나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버려 뒀었어.
(107)근데 그게 이렇게 되었을 줄이야 오늘 처음 알았어.
(108)누나쨩 주변에서 누나를 지켜주고 있으니, 누나쨩도 기도를 드려.]
(109)그러고는 숙모는 또 깔깔 웃었어.
(1)클립클릭 2024-03-17 14:18:03 321370 이미지 텍스트 확인
(2)여~~ 내 신도~~ [3]
(3)주천 답글
(4)겨울사람 2024-03-17 13:44:13 13170
(5)재밌다 ㅋㅋ 근데 일본은 오만 것을 다 모신다는 게 사실이동
(6)이었구먼ㅋㅋ [4]
(7)사실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았는데 6.25전쟁이랑 급격한 산업화(아파트)에 밀려서 다 사라졌지. 서낭당, 당산나무, 터줏대감, 오만가지 물건에 다 붙는 도깨비까지ㅠㅠ 사진은 터주대감을 모시는 터줏가리. 본문의신단과 비슷한 역할이었음.
(8)오똑서리 2024-03-17 14:59:23 3770
(9)베스트 웃자
(10)재밌고 귀엽다
심청전 보면 집에 (조상 모시는) 사당도 있고 집 뒷켠에 단을 쌓아 기도하는데
그런 풍습이 예전엔 일본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
http://www.davincimap.co.kr/davBase/Source/davSource.jsp?Job=Body&SourID=SOUR001534&Lang=%ED%95%9C%EA%B8%80&Page=1&View=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