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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우리 시대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것은
(2)너무도 매력 없는 선택지가 되었다. 당장 SNS만 켜더라도,
(3)온갖 쇼츠와 릴스, 각종 광고들은 우리에게 매일
(4)’버킷리스트’를 쌓아 올린다. 그리스 산토리니에 가서하룻밤을 보내는 것,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하는 것,몽골의 은하수나 노르웨이의 오로라를 보는 것. 돈은 그런데 쓰라고 있는 것이지,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는 데 쓰는것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5)현실적으로도 청년들은 막연히 아이를 낳고 키우려면,안정적인 주거 환경 정도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러나 2년 혹은 4년마다 쫓겨다니지 않고,전세사기로 절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그 ‘안정적인
(6)주거환경’이 당장 10억짜리 아파트라는 압박감으로
(7)다가온다. 양가가 한 3억씩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면, 맞벌이부부가 1년에 허리띠 졸라매고 3천만 원씩 모아도 30년걸리는 돈이다.
(8)설령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상상되는 건 노키즈존에문전박대 당하면서, 기차나 비행기 탈 때마다 눈총 받고,아이가 크면 영어유치원부터 사교육 경쟁에 내몰리는것이다. 아이가 어쩌다가 생기면 몰라도, 미래 계획을조금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면, 이 일에 뛰어드는 게보통 마음으로는 쉽지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9)양가의 물질적이고 헌신적인 지원이 충분한 경우는 다를 수있겠지만 말이다.
(10)그보다는 당장 다른 쪽의 버킷리스트를 쌓아 올리고,
(11)그것부터 하나씩 실현시켜 보는 게 훨씬 ‘현명한’ 삶을 사는일처럼 보인다. 아파트 빚에 30년씩 시달리며 아이를사교육 경쟁 지옥에 밀어넣는 것보다, 발트 3국 여행하고,발리랑 다낭에서 한달 살기 하는 게 훨씬 근사해 보인다.아이 키우는 비용을 생각하면, 아이만 낳지 않아도 매년해외여행 다니고 샤넬백을 하나씩 구매해도 된다. 그게훨씬 ‘가까운’ 삶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12)이것은 우리 사회가 기존의 부부 둘이 합심하여 원룸에서시작하여 아이 둘 낳고 살아가다 보면, 점점 집도 넓히고자가도 가질 수 있으며, 하나의 완성된 가정을 만들어갈 수있다는 ‘이상’이 더 이상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의미한다. 그런 ‘이상’은 말그대로 끝났다. 더군다나기성세대는 실제로 그렇게 살았을지라도, 결국 그 끝에’행복’이 있다는 걸 증명하지 못했다. 상당수의 어른들은죽지 못해 부부가 같이 산다고 말하면서, 너희는 엄마,아빠처럼 살지 말라고 조언한다.
(13)우리 사회가 만약 ‘저출생’ 혹은 ‘합계출산율’과 전쟁을벌인다면, 그것은 이처럼 기존 이상의 붕괴, 그리고 수많은다른 이상들(버킷리스트들)의 탄생과 싸워야 함을의미한다. 너네들도 뼈빠지게 일하면서 아둥바둥 지지고볶으며 살면 어떻게든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말하는 건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할 이유가 없기때문이다.
(14)그렇다면, 적어도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아이를낳고 키우는 것이 삶에서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가장매력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세계를떠돌아다니는 건 당신 선택이지만, 아이를 낳아 키울 경우국가가 나서서 가장 매력적인 삶으로 초대하겠다는시그널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안정된 커리어, 세제 혜택,살인적인 경쟁 없는 아이들의 행복, 그로 인한 가정의 행복,안정적인 삶의 장기적인 전망까지 국가가 그 ‘매력’을보장하지 않으면, 청년들은 그 이상으로 다시 등을 돌리지않을 것이다.
(15)기존의 극심한 경쟁과 그로 인한 출세우기, 사람들을도태시키고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문화, 나아가현실적으로 접근 불가능해진 안정적인 주거 환경과 양질의일자리 부족 등이 종합적으로 구축되어, 이제 대한민국에서’결혼과 육아’는 가장 매력 없는 선택지로 완성되었다. 오랜세월 온 사회가 나서서 빌드업해온 이 완성된 절망을허물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의마지막 키는 국가가 지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16)청년들에게 모든 걸 줘서 그들의 등을 돌리든지, 아니면
(17)이대로 쇠락을 향해가든지, 선택지는 두 가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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