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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스타트업 창업하면 생기는 일 ㄷㄷㄷ..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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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스타트업 유행이 불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 한 스타
(2)트업에 인턴으로 취업했다. 월급은 세후 88만 원.
(3)입사 첫날, 전체 회식 자리에서 조금 충격적인 말을 듣게되는데…
(4)올해 안에는 꼭 수익 냅시다! 화이팅~!
(5)이라는 말이었다.
(6)이미 개업한지 몇 년이 된 회사인데 돈을 한 푼도 못번다고? 0원?
(7)당시의 나는 ‘돈을 못 버는 회사’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남자인데 여자’, ‘열림교회 닫힘’ 처럼 그 자체로 모순적인 개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8)돈을 못 버는데 어떻게 월급을 줘? 그리고 그게 어떻게몇년 동안 유지되지? 투자금인가? 근데 누가 몇 년째 돈못 버는 회사에 투자하지… (<< 사실 이런 생각이 들면애초에 거기 취직하지 않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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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뭐 여튼 당시에는 내 알빠 아니었고….. 이번에는 거꾸로
(2)나는 돈을 벌고 회사는 돈을 못버는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3)우리 회사는 앱을 서비스하는 안 유명한 스타트업이었다.
(4)스타트업이라 근무 분위기는 자유분방했다. 출근시간은8시부터 11시 사이 아무 때나 하면 됐고, 퇴근은 8시간채우고 가면 됐다. 그리고 항상 사무실에 음악을 틀어놓았고 아무 직원이나 노래를 틀 수 있었다. 당시로서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한다는 게 좋은 의미로 충격이었다. 나중엔 안 듣는 게 최고라고 느꼈지만.
(5)당시 난 마케팅 팀 소속으로 팀원은 팀장님과 나 두명이다였다.
(6)내가 맡은 업무는 리포트 작성 / QA / 사내 뉴스레터 발송. 조금만 회사 다니면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간단한 짬처리 업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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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처음에는 <다운로드 주간 리포트> 작성법에 대해 배웠
(2)다. 매주 앱 다운로드 수치를 정리해 표로 만들면 되는쉬운 일이었다. 팀장님은 엑셀 파일을 열며 앞으로는 이렇게 정리하면 된다며 시범을 보였다.
(3)그리고 그녀가 보여준 주간 다운로드 수치는
(4)’ㅎ?.. 내가 블로그에 글 써도 그거보단 숫자 더 나올듯…?’ 이라는 생각이 짧게 스쳤으나…. (다행히 스치기만 했다…) 나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5)QA(Quality Assurance: 품질 관리)는 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제로 앱을 사용하면서 확인하는 일이다. 소소한 업데이트가 잦아 QA를 해야할 때가 많았다. 문제가되는 상황은 거의 없어 꽤 지루한 일이지만, 누군가 꼭해야하는 일이다.
(6)비유하자면 문단속 같은 일이었다. 집 대문을 열어둔다고 도둑 맞거나 잘못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문 닫는 걸꼭 확인해야 하는것처럼. (물론 전문적인 QA는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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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뉴스레터는 ‘뉴닉’처럼 외부 뉴스를 정리해서 알기 쉽게
(2)사내 직원들에게 메일로 알려주는 일이었다. 전부 20대초반이 하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3)우리 회사에는 개발자가 제일 많았다. 그들은 늘 검정색화면을 켜놓고 알 수 없는 영문을 타이핑하며 웃었다. ‘개발이 재밌나…?’하긴, 세상 어딘가에는 자기 일이 재밌는 사람도 있어야지.
(4)비밀은 어느 날 대표님 없는 점심 시간에 알게 됐다. 늘켜져있는 까만 화면은 개발자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하기위해 만든 도구이며, 채팅하는 걸 들키기 싫어 그걸로 대화하며 논다고 했다. 물론 모니터를 가까이서 본다면 알겠지만.. 그렇게까지 다가와서 살펴보는 일은 없으니….개발 문외한인 대표님은 개발자들을 간달프 대하듯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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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발자: 그건 구현할 수 없는 일일세.. 대표님: 아..네….
(2)개발자가 노터치 청정지대였다면 마케팅은 아니었는데,팀장님은 하루에도 수차례 대표실로 불려갔다. 팀장님은대표님을 극혐했다.
(3)사실 우리 팀장님만 대표님을 꺼려한건 아니다. 모오~든직원들이 대표님을 꺼려했다.
(4)당시 우리 사무실은 길다랗게 생겨서 한 쪽 끝에는 회사
(5)입구, 맞은 편 끝에는 대표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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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입구부터 대표실 사이에 직원들 책상이 주루룩 놓인 구
(2)조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대표님이 대표실에서 나와 “모두 밥 먹으러 갑시다~”하고 런웨이를 걷듯 걸어나오는데…. 다들… 못본 척 했다….
(3)대략… 이런 느낌….
(4)희한하게 대표님의 발걸음은 입구 가까워질수록 느려졌다.
(5)그렇게 지원자가 아무도 없을 때면… 입구쪽에 앉은 마음 약한 직원 한 명이 늘 마지못해 일어났다. 그는 나중에 대표님 없는 자리에서 “다들 제발 일어나~ 맨날 나만가자나 ㅠ” 라며 호소했다… 나머지 직원들은 “화하하~”웃기만 하고.. 같이 가겠다는 대답은 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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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표님은 유명 대기업에 다니던 인재였다(고 자기가 직접 말했다).
(2)그는 종종 멘토링 시간이라며 나를 불러 자기 얘기를 했는데, 왜 이런 도전(창업)을 했는지에 대한 썰을 자주 풀었다.
(3)그는 대기업에 다니면서 일도 잘 했고 인정도 받았지만40대부터는 언제 잘릴지 모르며 앞날을 예측할 수 없어두려웠다고 했다. 그래서 벤처 창업을 하게 됐다고.
(4)좋은 회사 다니며 인정받던 그도 회사원일 때는 금요일만 기다리면서 살았단다. 토일 룰루랄라 쉬다가 일요일개콘시간이 되면 출근할 생각에 우울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사장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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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런데 사장이 되고나니, 이게 웬걸. 이제는 월요일이 무
(2)서운게 아니라 금요일이 무서워졌단다. 주말이 다가오는금요일이 되면, 자기와 직원들이 일하지 않는 사이 무슨사고가 터질까봐 무섭다고 했다. 그리고 주말 내내 불안에 떨다가 월요일 아침이 되면 회사에 나오고 기분이 밝아진다고 했다.
(3)… 본질적으로 사장과 직원은 다를 수 밖에 없구나.
(4)흔히 주인의식을 가지라 한다. 하지만 주인의식은 주인이 아니면 가질 수 없다. 주말이 무섭다는 저 절실한 감각을 직원이 어떻게 갖나???
(5)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주인의식도 내 몸 갈아 남의 사업장 번창시키란 뜻이 아니라, 네 일 적극적으로 해서 네인생을 번창시키란 뜻일 것이다. 애초에 목적이 다르다.
(6)(돈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이 내 일을 나만큼 해줘야한다 기대하는 사장도 있지만, 세상에 그런게 어딨냐…다들 자기 인생이 최고로 소중한데. 돈을 지불해서 살 수있는건 물건과 서비스지 충성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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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안타깝게도 우리 회사의 앱을 필요로 하는 고객은 없었
(2)고, 직원들의 노동력을 필요로하는 고객만 있었다. 바로대표님.
(3)그래서 여기서 일하는 건 기묘한 완충지대에서 일하는것 같았다.
(4)분명 급한데 아무도 급하지 않은 곳.
(5)이렇게 하면 돈을 못 번다는걸 모두 알지만 말하지 않는곳.
(6)헤엄치려고 팔다리를 움직일 필요가 없는 곳.
(7)무중력이 중력보다 당연한 곳.
(8)세상과 동떨어진 곳.
(9)고객이 없으니 뭐 해달란 사람도 없고, 급할 일도 없고,
(10)쪼일 일도 없었다. 대표님한테 쪼이는거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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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나는 아무도 안 쓸 앱을 테스트하고, 직원들이 대부분 관
(2)심없는 뉴스레터를 쓰고, 월요일이 되면 세자릿수가 안되는 다운로드 숫자를 기록했다.
(3)보람은 없었지만, 편안했다. 그리고 세 달의 인턴 기간이끝나고 딱 하나 다짐했다. 반드시 돈을 버는 회사에 취업하자고.
(4)퇴사 후, 나는 매년 그 회사의 앱을 검색해보는게 습관이됐다. 지금 그 앱은 없어졌다.

pilkak.postype.com/post/15670869

사장이 아무것도 모르니까 직원들이 대놓고 월급루팡 해도 아무 말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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