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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여 년 전, 저는 남편의 밥 타령으로
(2)’이혼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3)”당시 남편은 25년 차 시청 공무원이었고
(4)저희 집은 남편 직장에서 5분 거리에 있었습니다.
(5)그런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6)남편은 20년 넘게 천재지변이 없는 한
(7)꼭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8)남편은 외출을 싫어해서 저녁 약속도 거의 없었고
(9)주말에는 늘 집에만 있었습니다.
(10)게다가 남편은 밥상에 꼭 찌개나 국이 있어야 하며
(11)김치볶음밥이나 주먹밥 같은
(12)한 가지 차림은 싫어했고,
(13)반찬도 3가지 이상이 있어야 했습니다.
(14)샌드위치나 빵도
(15)양놈들 주식이라며 먹지 않았습니다.
(16)어느 날 제가 약속이 있어서
(17)약속있어서
(18)나갔다 올게요.
(19)차려놨으니까 찌개만
(20)좀 데워서 먹어요.
(21)밥을 차려 놓고 나갔는데 다녀와보니,
(22)글쎄 남편이 차려놓은 밥에 손도 안 대고
(23)보란 듯이 컵라면을 끓여 먹고 나간 겁니다
(24)”여보, 내가 점심 다 차려놨는데
(25)왜 밥 안 먹고 그냥 나갔어?
(26)그럼 내가 힘들게 일하고 와서
(27)밥 푸고 국 데우고 내 손으로 해야 되나?
(28)저는 이 밥 타령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지만
(29)그냥 내가 해야 하는 일이거니 생각하고 군소리 없이
(30)20년 넘게 하루 세끼 밥상을 차렸습니다.
(31)그러던 어느 날
(32)”제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병원에 갔습니다.
(33)오늘 링거 좀 맞고 가세요.
(34)링거 맞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35)1시간 정도면 됩니다.
(36)그러면 남편 점심 차리는 게 늦어질 텐데…
(37)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더라고요.
(38)급한 일이 있어서 다음에 와서 맞을게요.
(39)병원을 나와 집으로 걸음을 재촉하는데
(40)|저도 모르게 복받쳐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41)저는 이러다 남편 퇴직하면
(42)’하루 세끼 밥하느라
(43)”죽을 때까지 편하게 외출도 못하겠구나
(44)그러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45)감사합니다
(46)버스정류장에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47)고심 끝에 남편에게 어렵게 얘기를 꺼냈습니다.
(48)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오면 안 될까요?
(49)뭐? 당신 집에서 하는 일이 도대체 뭐야?
(50)집에서 밥만 하면 되는데
(51)그 밥도 차리기 힘들다고 지금 툴툴대는 거야?
(52)내가 집에서 당신 밥이나 하는 사람이야?
(53)내가 밥통이야?
(54)그래서 지금 잘난 남편 밥도 하나 못 차리겠다고
(55)지 작곡자ㄱㄱㅇ
(56)시위하는 거야?
(57)이 집 살 때 돈 10원 한 푼 보탠 것도 없는 주제에!
(58)’내 집에서는 왜 살아?
(59)그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60)내 집에서
(61)나가!!!!
(62)저는 너무 기가 막혀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63)그대로 안방으로 가서 짐가방에 짐을 챙겨 나왔습니다.
(64)저는 친정 엄마 아빠도 다 돌아가셔서
(65)기댈 친정도 없습니다.
(66)오래전 혼자가 된 친구가 있는
(67)’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68)”이혼할지도 모르는 마당에도
(69)밥에 대한 압박이 없으니 해방감이 들면서
(70)집에 있을 때 보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71)그런데 나흘쯤 지났을 무렵
(72)형부가 언니 어디 갔냐고 찾고 난리 났어!!
(73)언니 무슨 일이었는데 그래?
(74)지금 어딘데?
(75)숙자네 왔으니까 찾지 마 글쎄!!
(76)편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저를 데리러 내려왔습니다.
(77)집사람이 신세 많이 졌습니다.
(78)왜? 식모 찾으로 부산까지 왔어?
(79)지 지그 자쉬쉬극상
(80)저는 일단 못 이기는 척 일단 차에 탔습니다.
(81)지 제고자
(82)”진짜 이혼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83)ㅜㅜㅜ ㅇ
(84)진짜 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죠.
(85)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86)쥐쥐극장 취직 후계소
(87)휴게소 화장실에 들렸다 왔는데
(88)글쎄 남편이
(89)차 안에서 꺼이꺼이 울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90)저지 그 자
(91)남편은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92)그렇게 목놓아 운 적이 없었습니다.
(93)지지 그자쉬쉬
(94)저는 처음 보는 남편의 모습에
(95)깜짝 놀랐습니다.
(96)그 후 집에 도착해서 저희는
(97)서로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98)다시 일상을 시작했습니다.
(99)그런데 남편은
(100)”갑자기 벼락 맞아 딴 사람이 된 것처럼
(101)혼자서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밥도 차려먹고
(102)간단한 계란 프라이도 해먹기 시작하더라고요.
(103)ㄱㄱㄱ ㅇ
(104)제가 밥 안차려 주면 혹시라도
(105)지지 그자
(106)남편 굶어 죽을까 전전긍긍해왔던
(107)세월이 허무할 만큼
(108)지금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109)그리고 의무감에서 벗어나니
(110)밥하는 게 예전처럼 싫어 죽겠지 않아서
(111)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112)밥이 뭐길래
(113)저는 20년 동안
(114)그렇게 무거운 족쇄를 달고 살았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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