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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선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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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선빈. 한겨레는 1년 만에 그의 이름을 적는다. 이
(2)전까지 ‘에스피엘(SPL) 평택공장에서 일하다 식품혼합기에 끼여 숨진 스물셋 노동자 ㄱ씨’로 불렀다.선빈씨 어머니 전아무개(52)씨는 “선빈이의 죽음을 잊지 않고 같은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딸의 이름을 공개하기로 했다. 10월15일은 선빈씨가 공장에서 목숨을 잃은 지꼭 1년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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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 국민을 아연하게 한 지난해 에스피씨(SPC) 계열
(2)에스피엘 공장의 중대재해 1년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충남 천안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난 전씨는 딸에게 쓴 편지를 앞에 두고 고개를 떨궜다. 편지에는 “해답을 찾을 수 없어 그 고통과 슬픔이 엄마를 더 힘들게 하는구나”라고 적었다.
(3)지난 8월 같은 에스피씨 계열 샤니 빵 공장의 죽음을 접한 뒤 반복되는 중대재해 앞에서 느낀 좌절감을 적은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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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선빈씨의 발인 날(10월20일) 전씨는 한겨레
(2)에 “(에스피씨에) 단지 바라는 건, 우리 딸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영인 에스피씨 회장은 이튿날 대국민 사과를 하며 중대재해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안전관리 강화에 1000억원투자를 약속했지만, 전씨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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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선빈씨의 죽음 이후 열달 만인 지난 8월8일 같은 에
(2)스피씨 계열인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반죽 볼 리프트와 분할기(반죽 기계) 사이에끼여 목숨을 잃었다. 다시 선빈씨한테 중대재해가닥친 그 날이 떠올랐다. “우리 선빈이 때 바꿨다면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잖아요. 말뿐이었습니다.뭐 하나 바뀐 게 없어요.”
(3)샤니 공장 사고 당시 리프트 기계에는 상승하강 때작동하는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끼임을 감지하고 멈추는 안전 센서도 설치되지 않았다. 선빈씨가끼인 식품 혼합기도 끼임을 감지하고 정지하는 등의 방호 장치가 없었다. 고작 10개월 시차를 두고닮은 죽음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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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 불린 이름 ‘선빈’
(2)사고 이후 선빈씨 가족은 20년 동안 운영하던 인쇄소를 정리하고 오랫동안 살던 집을 떠나 이사했다.전씨는 “우울증약 6알을 먹으며 그냥 살아 있다”고했다.
(3)기억과 자책이 뒤섞인 날들이 이어졌다. 전씨는 빵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선빈에게 에스피엘 취직을권했던 일, 식품 대기업 ‘간판’을 믿고 취업을 축하한 일, 일하다 생채기 난 팔꿈치를 보고도 ‘괜찮다’는 선빈씨 말에 지나쳤던 일을 하나씩 되짚었다.가족은 선빈씨의 제빵 책과 평소 좋아하던 가수 위너의 앨범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4)그나마 힘이 된 건 함께 분노하고 위로해준 시민들이다. “그래도 기댈 곳이 있구나 싶어서 고마웠습니다. 선빈이 같은 일이 다시 안 생기는 것, 그게 아직도 바람입니다. 다른 (중대재해를 겪은) 가족들이홀로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지, 겪어보니 알겠습니다.”
(5)지난해 3월 선빈씨는 이름을 혜연에서 선빈으로 개명했다. ‘선빈이라는 이름이 너무 좋아. 요즘 자꾸그 이름이 눈에 들어오네’라며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선빈씨는 좋아하는 이름으로 7개월 불리고 세상을 떠났다. 전씨는 “가족처럼 평생 같은 아픔으로 기억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이선빈이 이름을 부르고 잊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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