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따거 주윤발…

(1)1980~9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의
(2)전성기를 이끈 주윤발(저우룬파).
(3)그는 8년 전부터 가져온 계획이 있다.
(4)”사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 (2010)
(5)”재산은 내 것이 아니다. 잠시 보관하고 있을 뿐.
(6)때가 되면 필요로 하는 곳에 기부하겠다.”
(7)(2014.1.29 시나닷컴 인터뷰)
(8)56억홍콩달러(8,052억원) 자산가인 그는지금도 이 계획에 변함이 없다.
(9)“이 돈은 내 것이 아니다. 당분간 맡아둘 뿐이다.
(10)내 꿈은 행복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
(11)내 삶에서 중요한 것은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하고
(12)남은 인생 단순하게 사는 것이다.”
(13)(홍콩 영화사이트 제이네 스타즈, 2018.10.10)
(14)당대 최고의 배우로 세계적 유명인사인 그가
(15)평범하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니 쉽진 않을 것 같다.
(16)그런데 그는 진짜 그렇게 살고 있다.
(17)아주 단출하고 단순하게 말이다.

(1)기사 딸린 차 대신 지하철
(2)그는 슈퍼카를 수 십대 굴려도 될 재력가이지만
(3)개인 소유의 승용차가 없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4)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5)그래서 인터넷에는 종종 지하철, 버스정류장 등에서그를 만났다는 목격담이 올라오곤 한다.
(6)”개인 운전사가 있으면 그는 날 위해 하루 종일
(7)기다려야 한다. 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에
(8)지하철 타고 이동하고 거리를 거닌다.
(9)그러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주변의 아름다운
(10)경관을 즐긴다. 지하철 승객의 대부분은
(11)스마트폰을 이용하느라 내가 탔는지도 모르더라.”
(12)(주윤발, 중국신문망, 2014.1.30)
(13)옷은 편하기만 하면 되고
(14)주로 할인매장에서 옷을 사 입는다.
(15)길거리 좌판에서 98홍콩달러(1만4000원)짜리 티셔츠와
(16)15홍콩달러(2000원)짜리 슬리퍼를 들고 있는 장면이목격되기도 했다. 비싼 옷 입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17)“사람들에게
(18)보여주기 위해
(19)옷을 입는 게 아니다.
(20)내가 편하면
(21)그걸로 충분하다.”
(22)(월드오브버즈, 2018.10.8)

(1)노키아 2G폰은 17년을 썼다
(2)옷 뿐 아니라 모든 물건을 오랫동안 쓴다.
(3)한 지인은 그의 집 TV가 10년도 더 된 모델이라고혀를 내둘렀다. 노키아 2G폰을 17년이나 쓰다2년 전 고장난 뒤에야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4)취미는 돈 들지 않는 등산과 조깅이고 등산하다 사람들이알아보면 반갑게 인사하고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는다.
(5)한 달 용돈 고작 11만원에
(6)그의 한 달 용돈은 800홍콩달러(약 11만원), 3년 전
(7)환갑파티를 보면 그가 얼마나 소박하게 사는지 알 수 있다.
(8)2015년 5월18일 그의 웨이보에는
(9)사진 몇 장이 올라왔다. 아내와 함께 생일파티를하는 모습이었다. 케이크에는 ‘남편 생일 축하해요.영원히 축복해요. 아내가’라고 쓰여 있었다.
(10)그런데 더 주목받았던 것은 생일파티를 한 식당.
(11)홍콩 최고스타가 환갑파티를 한 곳으로는
(12)너무나 허름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13)친구들과 하이킹을 한 뒤 종종 찾던 단골식당이었다.
(14)20명 넘는 친구들이 함께 했지만 음식 값은
(15)3000홍콩달러(약 43만원)만 나왔을 뿐이다.

(1)다음 날 그는이렇게 말했다.“정말 좋은 시간이었다.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2)잔뜩 먹었으니까. 너무 많은
(3)음식이 나와서 무엇부터
(4)먹어야 할 지 모를 지경이었다.”
(5)(2015.5.19, 애플데일리)
(6)자기가 출연한 영화도 표 사려고 기다린다
(7)2016년 홍콩 한 극장에선 그가 아내와
(8)표를 사기 위해 줄서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9)바로 자신이 출연한 ‘콜드워2’. 부부는 다른 관객처럼팝콘 하나 들고 사람들 사이에서 영화를 봤다.
(10)”레드카펫 프리미어
(11)행사도 아니고 스타 배우가
(12)자기 영화를 보기 위해
(13)줄을 서 있는 것은
(14)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다.”
(15)(넥스트샤크, 2016.7.18)
(16)그리고 돈 대신 시민들과의 의리를 택했다
(17)2013년 홍콩 민주화 시위 때 그는
(18)”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옳다. 평화적인 집회를
(19)무력으로 진압해선 안 된다”고 소신발언을 했다가
(20)중국 본토활동이 어려워졌다.
(21)그러자 그는 이렇게 웃어 넘겼다.
(22)“돈 좀 덜 벌면 되지.”
(23)’도성풍운2′ 촬영장에서)

(1)자신에겐 구두쇠처럼
(2)돈을 아끼지만
(3)그는 기부에는
(4)누구보다 열심이다.
(5)사실 그를 아시아의 스타로 만들어 준 ‘영웅본색’에출연할 수 있게 된 계기도 그의 기부 때문이었다.
(6)배우를 물색하던 오우삼 감독은 지역신문을 보다가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주윤발의기사를 읽은 뒤 그를 캐스팅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7)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그의 계획이 더 아름다운 것은그 역시 처절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8)그의 부모는 청소부와 야채노점상을 하며 돈을 벌었다.그는 부모님을 도와 길거리에서 양갱을 팔았고 학교가끝나면 밭에서 일을 했다. 집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9)결국 중학교를 중퇴하고 상점 직원,
(10)우편배달부 등을 하다 친구 권유로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11)그의 이런 인생스토리는 2003년 배우 최초로
(12)홍콩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1)그는 ‘영웅본색’에서 물욕보다
(2)의리를 중시하는 ‘따거'(형님)였다.
(3)예순 세 살인 그가 아직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그의 삶이 영화 속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4)오우삼 감독이”그는 따뜻한 마음씨와
(5)주윤발을 만난 뒤현대사회의
(6)잃어버린 의협과했다는 이 말 한마디는그가 어떤 사람인지
(7)기사도의 풍모가 느껴지는
(8)그러한 사람이었다.”단적으로 보여준다.
(9)TTimes = 박의정 디자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