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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불과 십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화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흔
(2)한 일이 아니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때 “통화를 녹음해 놓았다”고 하면 놀라운 반전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통화녹음이 있다”고 해도 놀라는 사람이 없다.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마 통화녹음이 있을테니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3)어디서부터 시작된 변화일까?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이 보급된 나라다. 스마트폰 보급율이 95%를 넘어압도적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스마트폰에서는 누구나 쉽게 통화 녹음을 할 수 있다. 심지어 자동으로 모든 통화를 녹음해 주는 기능도 있다. 스마트폰 보급과 통화녹음의 일상화 사이에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4)’소송의 나라’ 한국, 소송에 통화녹음 증거 사용영미권·일본, 계약서 쓰는 문화…녹음보다 신뢰
(5)통화녹음, ‘다툼 예방 못해…신뢰사회에 부정적
(6)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전세계 시장점유율 1위(2021년 1분기 기준)를 자랑하는 스마트폰인 애플사의 아이폰은 통화 녹음 기능이 제공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베스트 셀러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혹시 다른 나라는 통화녹음이 불법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하지만 영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통화녹음이 합법임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이 과반수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을가진다. 일본과 영국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쓰면서 통화녹음 기능을 우리처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이제는 질문을 바꾸어 보자. 도대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통화녹음을 필요로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통화를 녹음하는 가장큰 이유는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증거로 사용하기 위함이다.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일까. 여기서 결정적 차이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소송의 나라이다. 앞서 예로든 일본과 영국에 비해 인구당 소송 건수가 훨씬 많다. 일본과비교하면 4배 넘게 소송을 많이 하고 있다. 소송을 워낙 많이하다 보니 통화녹음의 필요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9)여기서 또다른 의문이 제기된다. 원조 소송의 나라인 미국에서조차 아이폰의 점유율이 1위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우리나라 보다 인구당 소송 건수가 2배나 많은 나라다. 게다가 80% 가량의 주에서는 통화녹음이 합법이다. 미국 사람들은 왜통화녹음을 하지 않는 걸까.
(10)미국의 계약서 문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은 간단한주택 임대차계약을 하더라도 계약서가 수십페이지에 달한다.우리나라는 대부분 1 장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 1장짜리 계약서마저도 제대로 읽지 않고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하는 자리에서 계약서를 천천히 읽고 있으면 핀잔을 주기도 한다. 임대차계약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필자는 동업자간의 소송을 자주 접하는데, “친한 사이라서 따로 동업계약서는 안썼다”는 경우가대부분이다.
(11)미국은 계약서에 가능한 모든 내용을 기재하기 때문에 나중에분쟁이 생기더라도 “그때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며 다툼이생길 일이 적다. 우리나라는 계약서에 세부적인 내용을 추가하려 하면 “뭘 그렇게 까지 하냐”, “믿지 못하는거냐”는 식으로 불쾌한 티를 내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계약서는 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양쪽에서 각자 통화녹음을 들이밀면서 진실게임을 하게 된다.
(12)계약서를 꼼꼼하게 쓰지 않는 문화가 통화녹음의 일상화로 이어진 것이다. 계약서를 쓰는 것은 서로 못 믿어서가 아니다. 각자가 가진 생각과 서로 나눈 대화를 문서화하는 과정에서 불분명한 부분이 명확해지고 서로 오해하고 있던 부분을 해소할 수있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 간의 신뢰를 재확인 할 수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계약서는 필요하다.
(13)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통화녹음이 계약서의 자리를 대체한
(14)것처럼 보인다. “어차피 전부 녹음해 뒀으니 계약서는 대충 써도 되겠지”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소송에서 증거로 활용고
(15)되는 상황에서는 통화녹음이 계약서보다 더 유용한 측면이 있
(16)는 것도 사실이다. 계약서는 “변조된 것이다”, “내가 서명한 것
(17)이 아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다”는 식으로 반박할 수 있지만
(18)통화녹음은상대방이 반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9)그러통화녹음은 결정적 한계가 있다. 다툼을 예방하는 기능나
(20)이 없다. 일단 어느 한쪽이 통화녹음을 들이미는 순간 서로의
(21)관계는 돌수 없게이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계약서
(22)를 꼼꼼히 작성해두었다면 애초에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크게
(23)줄어든다소송에서 이기.것보다 좋은 것은 애초에 소송을 할는
(24)상황만들지을않는 것이다.
(25)유엔 산하 기구인 SDSN에서 국가별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6)’타인에 대한신뢰높도가을수’행복지수’도 높다고 한다. 행록
(27)복한나라를위해서라도통화녹음의 나라가 아닌 계약서의 나
(28)라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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