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다가 갑자기 큰 소리가 나서 정말 놀랐습니다.
16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강모26·여씨는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집에서 외출 준비를 하고 있던 강씨는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문밖으로 살려달라는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며 분명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무서운 마음을 뒤로하고 인터폰을 확인해 현관문 앞 상황을 살폈지만, 화면상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강씨는 고민할 새도 없이 곧바로 112에 신고를 했고 다급한 마음에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아파트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에 초등학생 여자아이와 흉기를 든 남성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아이는 문이 열리자 재빠르게 남성을 피해 강씨의 집으로 뛰어들었고 당황한 듯 우왕좌왕하던 남성은 창문을 넘어 그대로 뛰어내렸다.
사회복지학과 출신인 강씨는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침착하게 아이의 상태부터 살폈다.
아이의 손에는 피가 나고 있었고 옷 일부가 뜯어져 있었다고 한다.
강씨는 흘린 피를 닦아내고 지혈을 했다며 당시 아이가 많이 놀라서 계속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와 있던 남성은 저와 눈을 마주치고 바로 뛰어내렸다며 안경을 쓰고 다소 앳된 얼굴이었는데 나중에 성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15층에서 추락한 A21·남씨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전날 오후 5시 3분께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B양을 흉기로 위협하며 옥상으로 끌고 가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아파트는 1층 공동 출입문에 별도의 보안 장치가 없어 외부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다.
또 아파트 구조상 옥상과 꼭대기층 사이에 넓은 공간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으며 개방된 상태였다.
옥상으로 향하는 문은 잠겨 있었으나,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는 없었다.
이에 아파트 옥상이 범죄 사각지대가 될 수도 있다는 주민들의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다.
이 아파트 주민 박모38·여씨는 바로 근처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 걱정부터 생겼다며 옥상 쪽에 범죄 예방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60대 주민은 당시 집 안에 다른 이웃이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면서 한편으론 얼마든지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B양이 상당히 충격을 받은 상태라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면 사고 전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