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구보라고 쓴 신병

(1)자대배치 당시
(2)연대 지원과에서 신상명세서를 적을때였다
(3)취미 적으라길래
(4)”적을게없습니다”
(5)”좋아하는 운동이라도 적어”
(6)살면서 딱히 운동을 해본게 없는데…
(7)적을게 없어 훈련소에서 익힌
(8)를 적었다
(9)내 신상명세서는
(10)때마침 놀러온 사단 주임원사(근속 30년, 취미 마라톤)에게 읽혀버렸고
(11)그렇게 주임원사가 짬으로 밀어붙여 나는 사단본부 주임원사실에 배치 되었음
(12)근데 알고보니 우리 엄마랑 같은 초등학교 출신에 대충얼굴 아는 동네 두살 오빠, 동향 사람임.
(13)”야 인마 너는 앞으로 내가 매일 좋아하는 구보 시켜줄게!!”

(1)군생활 내내 매일 아침
(2)6시30분 주임원사 초과근무를 찍고
(3)7시30분부터 5km 달리기 후 같이 샤워했다
(4)(아침점호랑 삼키로 구보는 주임원사실 청소및업무준비
(5)로 맨날 생략함)
(6)일이병때는 오기로 따라 달리다가
(7)상병초부터는 주임원사 페이스메이커 되고
(8)병장때는 배낭매고 달리는 경지에 이름
(9)그맘때쯤 3km 11분대도 깼던거같다
(10)심지어 주임원사 휴가 전날에도
(11)”오늘 당직사령한테 말해뒀으니 내일 아침에도 연병장
(12)야 인마 내가 너 좋아해서 챙겨주는거야!”
(13)주임원사 휴가날에도 아침에 혼자 5km 달림

(1)잘 모르는 신병들이
(2)”○○○병장님은 왜 맨날 뛰시는겁니까?”
(3)”나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고있단다… 취미를 잘못 적은 죄로…”
(4)라고 말할뿐이었음
(5)군생활 내내 그렇게 달리다가
(6)전역 전날 술 사주셔서 마시고
(7)전역날 아침 일어났는데
(8)시벌 이건 몰랐지?
(9)전역 당일에도 구보함 으엌ㅋㅋㅋ
(10)그나마 3km만 뛴 거는 주임원사님의 마지막 배려였을까
(11)그렇게 마지막 구보 후 샤워하고 나와서 인사하고 가려는데
(12)전역하고도 건강하게 살라면서 아식스 런닝화 하나 주시는데
(13)진짜 눈물이 갑자기 펑펑 터짐
(14)”경상도 남자는 그렇게 함부로 우는거 아니야 인마”
(15)난 그렇게 군생활 내내 뛰다가 전역했다.
(16)아 어떻게 글을 맺어야할지 모르겠네
(17)군생활 내내 같이 뛰고 같이 샤워해서인지 주임원사님
(18)이랑은 지금도 종종 연락하며 지낸다
(19)2년전에 전역하셨는데
(20)아주 잘 지내고 계심
(21)그리고 나는 전역 후 지금까지 한번도 안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