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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라는 말이 싫은 어느 고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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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10월 16일 오후 11:33.3
(3)#11835번째포효
(4)어제도 열람실에서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
(5)그 때 전화가 왔다.
(6)아빠였다.
(7)열람실 안쪽에 있던 나는 밖으로 나갔다.
(8)평소였으면 나갈 때까지 울렸어야할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9)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10)”응 아들, 아들 공부하는 것 같아서 전화끊었어…”
(11)”응..왜?”
(12)”그냥 아들 잘 지내나 해서, 공부하기 힘들지?”
(13)”아냐 괜찮아”
(14)”저녁은 먹었어? 학교에서 먹었어?”
(15)”아들 돈 부족하지? 돈 아끼지 말고 맛있는 것 사먹어”
(16)”괜찮아 나 돈있어. 학교에서 잘 챙겨먹고 있어”
(17)”너무 무리하지 말고 집 갈 때 큰 길로 다니고 늘 스스로 열심히 해
(18)줘서 고마워”
(19)”다음에 봐 아들”
(20)점점 커가면서 느끼는 것은 부모님이 내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전화를 걸고도 공부하고 있을까봐 받기도 전에 끊고.
(21)부모님께 전화가 오기 전에 내가 먼저 전화를 걸 수는 없었을까.
(22)부모님은 항상 내게 경제적으로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한다.
(23)자신은 만원짜리 신발을 신으면서도 아들 바지사라고 10만원을쥐어준다.
(24)그리고 또 미안해한다.
(25)나는 흙수저라는 말이 싫다.
(26)아무도 나에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하지 않는다.
(27)하지만 나는 흙수저라는 말을 우리 부모님이 알게 될까봐 싫다.
(28)자식에게 늘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우리 부모님들이
(29)나는 못배웠으니 너는 열심히 배워서 꼭 성공하라는 우리 부모님들이
(30)흙수저라는 말을 알게 되면 본인이 자식에게 흙수저를 준건 아닌
(31)생각할까봐 싫다.
(32)나는 부모님께 좋은 흙을 받았다.
(33)내가 깊게 뿌리 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흙을 받았다.
(34)정작 자신은 나에게 해준게 없다고 하지만
(35)부모님의 존재로 나는 오늘도 성장한다.
(36)큰 나무가 돼야 겠다.
(37)부모님이 기대쉴 수 있는 큰 나무가 돼야 겠다.
(38)아주 좋은 흙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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