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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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2)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3)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4)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5)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6)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7)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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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왜 뛰어 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이마에 땀 좀 봐요
(2)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3)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4)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5)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6)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7)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8)”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9)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10)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
(11)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12)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13)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14)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15)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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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하지만 슬프지 않다
(2)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3)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나는 슬프지 않았어
(4)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5)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6)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7)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8)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9)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10)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11)해남에서 형주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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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2)축의금 만 삼천원 만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3)뇌성마비로 몸이 많이 불편한 형주가 거리에 서서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4)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5)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6)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7)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8)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9)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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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2)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
(3)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4)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5)본품이 ⓒ 광양한
(6)형주는 지금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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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들꽃서점 열 평도 안 되는 조그만 서점이지만가난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2)나무 의자가 여덟 개나 있다
(3)그 조그만 서점에서 내 책 <행복한 고물상> 저자 사인회를 하자
(4)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 수 백 명의 독자들에게
(5)사인을 해줄 때와는 다른 행복이었다
(6)정오부터 밤 9시까지 사인회는 아홉 시간이나 계속됐다
(7)나에게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 행복한 시간이었다고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8)하지만 나는 마음으로만 이렇게 이야기 했다
(9)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10)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그런
(11)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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