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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는 매일 술을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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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우리 할아버지는 매일 술을 드셨다. 나는 5살~7살까지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그때 내가 본 할아버지는 매일 멍하니 술을 드셨다.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나무라지 않고 묵묵히 좋은 안주를 해주시고 술을 갖다 드렸다.
(2)할아버지는 76세에 몸에 박힌 파편과 신장이상으로 혈액투석을 하다 돌아가셨고 돌아가신날 엄마에게 들었다.
(3)할아버지는 625때 다치셨고 그 때 돌아와서 쉬지도 못하고 죽은 눈을 하고 자식들 다 키운 이후로 매일 술만 드셨다고 한다.
(4)그때는 몰랐지만 어른이 된 나는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할아버지는 전쟁 후 PTSD를 심하게 겪으셨지만 눈앞에 보이는 자식들을 위해 참고 견디다가 자식들이 다 독립하자 그때가 되서야 본인 고통을 술로 달랬던거 같다. 항상 생기가 없는 눈빛을 하신것도 자다가 비명을 지르면서 깨는것도 뭔가 터지는 비슷한 큰 소리만 나도 몸서리 치며 바닦에 업드려 숨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너무나도 슬프다. 이걸 이해하는데 20년이나 걸렸다.
(5)할아버지 세대는 전쟁터에서 사람이 터져나가는걸 보고 돌아와 고통을 토로하지도 쉬지도 못하고 눈앞에 밟히는 자식들을 위해 희생만 하다 돌아가신거 같다. 내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조금만 더 나이가 있었다면 할아버지를 위로했을텐데 현충원에 계신 할아버지를 뵙고와서 생기없는 눈을 하고 사셨지만 나를 바라볼땐 활짝 웃던 할아버지 얼굴이 생각나 이런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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