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상의 허점을 노려서 월세를 더 받기 위해 편법으로 만든 주거공간이라는 사실은 반지하나 옥탑방이나 동일한데
옥탑방에 사는건 로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솔직히 제법 경치도 좋은데다 갠적으로 덥고 춥고 힘든걸 떠나서 그 낭만만으로도 젊을때 한번정도는 살아볼법직한 곳이라 그런가 드라마 배경으로도 자주 나온다면
반지하에 사는건 한명도 그런말하는 사람도 없고 옥탑방에 비해 보온이나 냉방이 잘 되더라도 습기 때문에 꿉꿉해서 기분 더럽고 경치는커녕 지나가던 취객이나 길냥이들 똥오줌이나 안들어오면 다행인데다
젊을때는 계단 오르내리며 옥탑 살면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세상아 언젠가 내가 가겠다! 하던 청년이
여전히 실패한 상태로 나이들고 나서도 계단을 오르내릴 힘도 없을 때 반지하에 들어가서 찾는사람도 없고 세상과도 단절되어서 홀로 썩어가는.
뭐랄까 반지하라는 주거양식이 땅속에 침잠한 관짝, 현세의 무저갱 같은 느낌임…
산복도로 판자촌에 살던 사람들은 잘 살게 되더라도 산 위에 살던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노래도 만들어 부르고 끊임없이 고향을 찾지만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은 이야기할 사람들이 모두 죽었거나 아니면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도 싫어하는걸 보면
반지하라는 게 정신건강에 진짜 심각한 영향을 줘서 재기를 못하게 만드는 뭔가 있는건지
아니면 더 이상 재기 불가능할 정도로 인생의 종착역이 다가온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반지하 뿐이라 그들을 끌어들이는건지.
어쨌건 주거요건으로써 차라리 옥탑방은 허가해줘도, 반지하는 절대로 허가해주면 안되는게 맞다고 생각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