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2년전에 헤어진 남자랑 아주 친하게 지내;;
뭐랄까..아들처럼 생각하신다니까.
처음 부모님께 소개했을 때가
만난지 1년 조금 넘어서였어.
그 당시에 아빠가 발목을 다치셔서 집으로 갔지.
같이 식사하고 얘기 좀 나누다가
아빠가 바람 좀 쐬시겠다고 나가셨는데,
한참을 안들어 오시더라고,
그래서 나가봤는데 그 남자 차를 이리보고..
저리보고..그 남자가 세차에 환장하다 못해
미친 수준이였거든.
단순히 차를 닦는게 아니야
‘ 세차 = 거울 ‘ 이정도..
안그래도 별다른 취미없이 혼자
이것저것 해보던게 전부였던 아빠 앞에
그 남자는 어땠을까.
아빠랑 몇 마디 나눠보더니
트렁크에서 본인 장비 꺼내더니
아빠 차 본넷을 닦고 40분 동안 광을 내고선
” 복장이랑 장소가 좀 그래서
현재로선 이게 최선이네요. “
그 때 아빠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
본인이 비쳐진 본넷에 빨려들어 가는듯했달까..ㅋㅋㅋ
그 뒤로 본가에 갈때면 아빠는 ” 왜 혼자왔니 “
” 왜 남자친구랑 같이 안왔니 ” 이러시더라.
같이 본가에 가면 식사하고 바로 둘이 차타고
세차하러 떠나버려선 저녁에나 돌아오고..
그렇게 1년 뒤에 우린 헤어졌어.내 잘못이긴 했어.
그 뒤로 문제는 아빠가 그 남자를 계속 만나고 다니셔.
그래도 아빠한테 뭐라고 할 수 없어.
아빠는 그 남자랑 만나는걸 굉장히 좋아하셔.
물론 만나면 뻔해. 세차.
근데 이게 아빠에게 있어서 삶의 활력소가 된거야.
세차를 오래하게되면 체력적으로
달리니 운동도 하시고…만나기 이틀 전부터
세차용품 정리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들뜬 아이 같기도 하고…
아빠는 세차 때문에 본인을 만나러
지방까지 운전해서 내려오는 그 남자랑
세차도 하고 고기도 먹고 사우나도 가고
목욕탕도 가고… 가끔 술도 같이 마시고..
반대로 서울로 올라가면 여러 사람들이랑
같이 세차하면서 웃고 떠들고,
그 남자가 마련해준 호텔에서 한숨 자고 오시고..
엄마는 아빠가 저렇게 밝아지셨는데
속좁게 굴지말라고 티낼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하고;;
이 집에선 나만 신경쓰이나봐;;
얼마전엔 아빠 고향에서 산삼을 3뿌리
보내주신게 있는데 엄마, 아빠, 그 남자 이렇게 먹음..
이 외에도 주기적으로 고향에서
뭘 보내주시는데 그 남자한테 감;;
나 솔직히 본가 가는게 이젠 좀 그래;;
광이 나다 못해 주변이 담긴듯한 차.
그 차를 하루에도 몇번씩 쓸어보는 아빠.
이건 뭐 헤어진 옛 연인의 흔적도 아니고..
나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그 남자랑 만나서 자제해 달라고 부탁해볼까…
참고로 현재 베플)
이해는 잘 안 가지만… 감정이 지나가고 나면 다 인연이고 인맥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