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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계를 망가뜨린 근본적 원인 ”제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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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계를 망가뜨린 근본적 원인 ‘제작위원회’

잘만든 일본영화의 예시, 바람의 검심
일본 영화계가 왜 저렇게 무너져가는지 살펴보려면, 이 제작위원회의 존재를 절대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일본 영화시장이 양적, 질적수준이 심각하게 붕괴된 이유는 정말 복잡하고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걸 딱 한단어로만 줄이자면 바로 저 제작위원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작위원회는 쉽게 말해서
영화, 애니메이션 등 창작물에 들어가는 자본을 ‘투자’해주는 투자 컨소시움
입니다.
미디어 산업은 노동집약성이 많고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사업이기 때문에 작품이 흥행하면 많은 이익이 남지만 망했을 경우에는 부채나 관련 상품의 재고를 떠안는 위험이 존재하고 큰 예산을 들인 작품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손실 뿐만이 아니라 회사가 아예 망하기도 합니다.또한 작품이 히트하기는 했지만 미디어의 제작비 등이 상승하여 흥행한 실적만큼의 이익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이러한 위험을 분산 회피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복수의 스폰서들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손실 혹은 이득이 생기면 투자 비율에 따라 배분
하는 제작위원회 방식입니다.
일단, 제작위원회가 얼마나 불합리한 시스템으로 되어있냐면… 일본의 경우,
매출이 100이면 극장이 50, 제작위원회 40, 감독 및 스탭들이 나머지를 가져가는 방식
입니다. 고레에다 감독이 맹렬하게 비판한 방식이자,
많은 일본의 창작물 종사자들이 노예생활을 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
이죠.

굿즈 로열티와 DVD제작까지 모두 관여를 하게 됩니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중에 “왜 일본은 영화를 만들때 내용보다도 코스프레 구현도같은 겉치장만 신경쓰냐?”는 의문이 제일 많을텐데… 원인으로 고려할 수 있는 프로세스는 대략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1. 현재, 일본 문화산업계에서 가장 돈되는 곳이 바로 ‘서브컬쳐’시장
2. 이 서브컬쳐 시장의 주된 소비계층이 바로 ‘오타쿠’라 부르는 소위 ‘매니아’층. 물론, 대중들도 서브컬쳐는 소비하지만, ‘돈되는’계층이 바로 저 사람들
3. 창작물의 제작이 결정되고, 제작위원회가 결성. 메가폰을 잡을 감독과 스텝들 결성. 작품에 참여할 배우 물색(이과정이 보통 같이 다 진행되죠).
4. 돈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주요 소비계층 의견 청취. ‘오타쿠’들의 경우, 내용뿐만 아니라 ‘인물의 구현도’도 매우 따지며, 원하는 배우에 대한 디테일도 세분화
5. 감독이 원하는 배우와, 제작위원회(+소비계층)가 원하는 배우가 충돌하면서 배우 섭외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잡음 생성
6. 배우 섭외 결정. 본격적 촬영시작.
7. 돈줄을 틀어쥐고있는 제작위원회가 현장 스텝들에 무수히 많은 간섭 실시(ex: 야, a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안생겼던데?)
8. 현장팀, 까라면 까야지. 점차 내용전개와 영화적 허용, 연출은 집어치우고, 제작위원회가 최우선으로 지시하는 ‘오타쿠들 민심잡아라’쪽으로 촬영방향 선회
9. 배우들, 대본상의 인물간의 심리관계, 디테일한 연기요소들은 배제하고 점차 원작 캐릭터의 철저한 구현만을 위한 캐릭터 분석 위주로 연기치중
10. 드디어 영화 개봉
11. 숱한 제작위원회의 간섭과 여기에 지친 스텝들, 이 사이에서 눈치밥만 보며 연기보다도 캐릭터 해석에만 치중한 연기자들의 어색한 연기들이 맞물려 대환장 작품 탄생
– (작품성공루트) 아~ 역시나 원작만 제대로 구현하고 대충 연기해도 돈벌기 쉽네~
– (작품실패루트) 감독 역량이 그정도니까 영화가 망하지. 돈 투자했는데 그따위로 밖에 못만들어????
이게 지금 무수하게 무한반복되는게 일본 영화시장입니다. 웃긴게 뭐냐면, 어찌되었건
일본은 내수시장이 매우 크기 때문에(전세계적으로 억단위 인구 넘어가는 국가중에, 국가와 국민들이 자본력까지 큰 시장이 거의 없죠), 이렇게 개판으로 만드는 코스프레 구현도만 높이는 영화들에게도 수요가 발생
한다는 겁니다. 즉, 많이는 못벌어도 평타로 벌어들이는 영화가 난립하는거죠. 이 과정에서 질적 수준이 떨어지고, 이 질적수준이 이제는 양적 문제로까지 점차 번져가는게 현재 일본 영화계의 현실입니다.

즉 이 따위로 만들어도 본전은 건진다(
투자자들이
)
여기서 이러는 분들 간혹 있습니다. “야! 바닷마을 다이어리처럼 잘만든 수작은 그럼 뭐냐? 억까다!” “바람의 검심은 그럼 뭔데????”
… 당연히 저런 악조건을 뚫고 미친퀄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촬영팀도 존재하며, 선한 제작위원회들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
예외
‘라고 부르기로 사회적 합의를 했죠.
아무튼, 지금도 일본에는 역량있는 감독과, 연기잘하는 배우들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제작위원회의 갑질과 일본 대중문화계의 현실, 수준에 지쳐서 점차 국외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물론 투자,돈없는 창작은 없습니다. 어느나라나 분명 마찬가진데… 일본의 문제는 직접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발로 뛰는 현장팀의 역할과 수익이 너무나 제한적이라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이러면 누가 제작을 열정적으로 하려고 할지.
단지 영화에 국한되지 않고 애니와 드라마,연극,뮤지컬까지 모든 창작물에 제작위원회가 형성되어 있고 작품 전체에 심하게 개입하는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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