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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신라시대 바둑돌 근황.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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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경주시 황오동에 있는
쪽샘지구 제44호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경주박물관이
2014년부터 발굴 조사를 해온 쪽샘 44호분은
5세기 경에 만들어진 돌무지덧널무덤이다. 1500년이 흐르면서
무덤 주인의 유해는 삭아서 거의 없어졌지만
함께 묻힌 부장품은 고스란히 남았다. 위 짤에서 표시된 바와 같이
인근의 왕릉급 고분에서 출토된 것과 같은
화려한 유물들이 발견되었는데 금동관 1점, 금 드리개 1쌍, 금 귀걸이 1쌍,
가슴걸이 1식, 금, 은 팔찌 12점, 은 허리띠 장식 1점

여성용 장신구 일습을 비롯해 비단벌레 날개로 만든
금동 장식 수십 점
(어두운 게 출토품, 빛나는 건 재현품), 돌로 만든 절구와 공이 등의 부장품은
5세기 무렵에 살았던
왕족 신분의 어린 여성이
무덤의 주인이라는 걸 추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발굴팀의 주목을 받은 건
빛나는 금은보화가 아니라
다른 유물이었다. 그것은 무덤 주인의 발치에 놓여진
지름 1~2cm의 둥글납작한
어둡고 밝은 자갈돌 860점이었다. 쪽샘 44호분에서 발견된 흑백 자갈돌(위 짤)은
마치 바둑돌을 연상시키는데
5~7세기에 조성된 신라 고분,
예컨대 황남대총 남분(243점), 천마총(350점),
금관총(250점), 용강동 고분(250점)에서도
이와 유사한 유물이 발견된 적이 있어서 
발굴팀은 쪽샘 44호분의 것 역시
바둑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했다.
그동안 신라시대 고분에서 발견된 바둑돌은
주로 남자의 무덤에서 나왔는데
이번처럼 여자의 무덤에서도 출토됨에 따라
여자들도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바둑을 향유했음을 암시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 셈이다.
아울러 요즘에는 
바둑알 361개를 놓는 19줄 바둑판을 쓴 반면,
쪽샘 44호분의 바둑알 860점은
바둑알 289개를 놓는 17줄 바둑판으로
약 3판의 대국을 할 수 있는 양이기에
적어도 5세기 신라에서는
19줄 바둑이 아니라
17줄 바둑이 유행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고고학자들의 연구와 추정이므로
“과연 저걸로 바둑을 진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바둑TV가 합작해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바둑알 모양 자갈돌 400점으로
아마추어 바둑기사 2인이
실제로 대국을 벌이는 행사를 진행했다. 2022년 4월 13일,
쪽샘 44호분 발굴조사 현장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천년수담(千年手談)-신라 바둑 대국’으로 명명되었으며
김수영 아마 7단(흑번)과
홍슬기 아마 6단(백번)이 대국을 펼쳤다. 사실 이번 대국의 진행에 대해
찬반 양측의 논쟁이 있었다.
반대측에서는
‘아무리 바둑기사라고 해도
결국은 일반인인데, 유물을 만지다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고
찬성측에서는
‘유물 훼손,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목록화 작업을 마쳤고
2~3월에 예행연습을 했으며
대국 진행시 직원들이 옆에서 지켜봤는데
훼손되거나 분실된 건 없었다.
금속 유물은 취급에 극도로 주의해야 하지만
석재 유물의 경우에는 훼손 위험이 덜하기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번 대국은 유물의 용도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재미있고 새로운 실험 고고학 연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찬성측이 주장한대로
유물 훼손 없이 무사히 대국이 끝났는데,
이번 대국은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국 자체가 가능한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기존에 쓰던 바둑돌과 달라 
낯선 느낌은 들었지만
흑백의 명확한 구분,
수읽기나 형세 판단 등에서
대국자와 관전자 모두에게 합격점을 받아
바둑돌로 사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대국 영상 편집본은
4월 28일 오전 11시
바둑TV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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