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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호텔은 종족,정치성향,성적취향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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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환생했다. 나름 잘나가는 백작가의 차남이었다.

돈 걱정도 없고, 마법이 있어서 현대보다 크게 불편한 것도 없으니 마음이 편했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수세식이라고.

웬만한 귀족답지 않게 남매들끼리 사이도 좋아 후계문제도 심각하진 않았다. 형이 오죽 유능했어야 말이지. 거기다 아버지가 최소한 영지 없는 계승 남작위 정도는 나눠주시겠다 하신 것도 있고.

그리고 아버지가 정식으로 형을 후계자로 정하신 날, 우리에겐 수표 한장씩을 주었다. 귀족 기준으로도 꽤 막대한 금액.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방탕하게 살아 가문에 누를 끼치지 말고 이 돈을 자본금으로 삼아 호구지책 정도는 마련하란다.

이 돈으로 무얼하면 좋을까, 형을 제외한 우리 남매 모두는 고민에 빠졌다.

막내 남동생은 파티를 열어 인맥을 확보하겠다고도 하고, 둘째 여동생은 살롱을 차리겠다고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구상이 나온 와중, 내가 택한 것은.

“”나는, 호텔왕이 될 거야!””

호텔 고급화 전략이었다.

*

기실, 이세계에서 고급 호텔, 혹은 고급 여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 그런 호텔에서 묵을만한 사람들은 죄다 귀족인데, 귀족들은 여관에 묵느니 아는 귀족 집에서 방을 빌리기 때문이다.

방을 빌려주는 귀족의 위세가 방을 빌린 귀족의 인맥과 격을 나타내주는, 일종의 과시성 문화이니 고급 여관이 존재하지 않을법도 했다.

하지만, 시대는 언제나 변하고 있다!

선황이 추진한 모험가 진흥 정책 때문에 점점 늘어나는 평민 출신 돈 많고 유명한 모험가들! 상업이 발달함에 따라 나타난 귀족 못지 않은 부를 누리지만 인맥은 없는 부르주아들! 그리고 최근 교류를 튼 이종족들과 대양 건너의 동대륙 사람들까지!

모두 돈은 썩어넘치지만 귀족계의 인맥이 없어서 그 돈을 과시할만한 잠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두 내 잠재적 고객이나 마찬가지.

그에 더해, 사실 귀족들 사이에서도 가려진 수요가 존재한다.

바로 밀회를 즐기는 귀족들 말이다.

어느 세계가 안 그렇냐마는, 귀족들의 사교계는 동물의 왕국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다. 아니, 동물의 왕국보다 더하다. 늑대 같이 순애보를 지키는 동물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누구나 정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 쯤은 암묵적으로 알아도, 그걸 대놓고 들키면 병신 취급 받는 것 역시 사교계. 그래서 많은 귀족들은 어떻게든 밀회를 가지기 위해 똥꼬쇼를 하곤 했다.

그럼 불륜을 안하면 되지 않냐고

어쨌든, 이 호텔은 기밀을 보장해준다면 그 귀족들의 훌륭한 밀회장소로 거듭날 법 하지.

그렇게 구설수에 오르면 좆될 수도 있겠지만, 나 백작 영식이야. 내 뒤에 있는 게 백작 중에서도 제일의 위세를 누리는 아버지라고.

제국에서 3명 뿐인 공작이나 열명 남짓 있는 후작이 아닌 이상 나한테 섣불리 이니시를 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튼 호텔에 카지노라던가, 고급 바라던가, 무도회장 같이 돈을 팍팍 쓰거나 귀족들의 취향을 자극하는 곳을 넣고.

여관은 조오금 가난한 평민스러우니 이 세계에 없던 호텔이라는 뭔가 고급져보이는 어휘를 사용하면 완성!

이렇게 아버지가 모은 자본금을 다 때려박고, 돈이 남는 동생들한테도 빌린 결과

“”호텔끼얏호우!””

당연히 대박이 났다.

동생들에게 빌린 돈에 이자까지 쳐서 주고도 한참 흑자! 명실상부 제국 수도의 랜드마크 중 하나!

아버지도 흡족하게 여기시니, 어쩌면 영지 하나 쯤은 물려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호텔, 내가 만들긴 했지만 이상한 손님이 조금 많이 오는 거 아니야.

어느날 밤. 두 여자가 카운터로 다가왔다. 밤에는 밀회를 즐기는 귀족이 많은 만큼 평민이 접대하는 건 어림도 없고, 내가 해야지 뭐. 귀족들 중 카운터 일을 볼 만큼 깨어있는 사람이 없어서.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나는 환영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호텔은 종족,정치성향,성적취향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야 그런 거에 따라 손님을 거르면 돈을 못 버는 걸. 우리가 구애받는 건 오로지 재력 뿐이다.

금발의 키가 큰 여자와 적발의 가슴이 작은 여자. 팔짱을 끼고 있는 걸 보면 연인인가

그 때, 금발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아. 저흰 친자매입니다.””

“”이런, 실례했습니다. 그럼 트윈룸으로 안내해드리죠.””

음, 자매였구나. 가출이라도 했나

그런 의문과 함께 남아있는 트윈 룸 열쇠를 찾고있던 와중, 적발의 여자가 말했다.

“”아뇨, 더블베드가 있는 방으로 주세요.””

“”네

“”침대 튼튼하고 시트 잘 안 젖는 곳으로.””

그 말에 금발의 여자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적발의 여자는 팔을 더 꾸욱 안아들었고.

얼떨떨해하며 더블베드룸 키를 주자, 적발의 여자는 키를 받아들고선 금발의 여자를 끌고 갔다.

.귀족들 세계는 짐승의 왕국이다.

다른 날 밤. 오늘의 손님은 대형견을 데리고 온 엘프 손님.

자연과 더불어사는 엘프는 애완동물, 아니 반려동물을 자주 기르곤 한다. 그런 손님을 위해 준비된 방도 있지.

“”아, 네. 혹시 방음 잘 되는 방도 있나요

물론이다. 동물 짖는 소리를 싫어하는 손님도 많으니까.

하지만 반려동물을 바깥에 두고 싶지 않은 손님도 꽤 있는 노릇. 그런 사람을 위해 준비된 반려동물인 전용 방도 마련해뒀다.

“”물론입니다. 반려동물용 침대에 사료배급기까지 완비한 방이””

“”아, 반려동물용 침대는 필요없고 방음만 잘 되면 충분해요. 어차피 한 침대만 쓸 거라.””

“”

의문과 함께 귀족 밀회용 방키를 건네주자, 엘프는 개를 쓰다듬으며 떠났다.

“”그럼 갈까요, 여보♡””

아무래도 진짜 ‘반려’동물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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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이상성욕과 진상손님에 고통받는 개그일상 호텔물

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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