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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외도.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 – 36화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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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당일.

다행히 아내와 아이를 만나기로 했다.

아내가 전날, [그래서 내일 볼 거야 말 거야

패밀리 레스토랑 앞에서 아이와 아내를 기다렸다. 몇 분 뒤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쫄래쫄래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귀여운 녀석. 자기 몸에 비해 커다란 패딩을 입고 있는 모습마저 예뻤다.

“아빠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 아들도 메리 크리스마스.”

아이와 문 앞에서 인사를 한 뒤 아이를 안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아이와 나는 소파 자리에, 아내는 맞은편에 앉았다.

“아빠 그거 뭐야

아이는 아까 처음 봤을 때부터 내가 들고 있는 커다란 쇼핑백을 계속 흘긋 거렸다.

“아들, 혹시 산타 할아버지가 할머니네 왔다 갔어

“응. 트리 밑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두고 갔어.”

하면서 아이는 어떤 장난감을 받았는지 자랑했다. 다행히 아내가 준비한 것과 겹치지 않았다.

“아빠가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니까 글쎄 선물이 트리 밑에 있는 거 있지

어제 미리 찍은 선물이 놓인 트리 사진을 보여주었다.

“우와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도 갔었나 보네

“그랬나봐. 이제 뭔 지 볼까

아이가 말하는 ‘우리 집’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쑤셨다. 하긴 할머니네 며칠 가 있었다고 작은 나이 평생동안 불렀던 우리 집이 금방 바뀔까.

“우와!”

네 개의 선물 박스에는 각 다른 캐릭터들이 들어있었고 모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기뻐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듯해졌다.

“아빠는 어른이니까 선물 안 받지

“아빠한테 선물은 우리 아들인데

“그럼 다음 크리스마스에도 또 보자

“그래, 그러자.”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 앞에서 아내와 아이를 보냈다. 아이는 나에게 포옹을 해준 뒤 아내 손을 잡고 횡단 보도를 건넜다. 건너편에 도착한 아들이 뒤돌아 손을 흔들었고 나 역시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그렇게 점점 멀어지는 아이가 점이 되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그 자리에 서서 아이를 보내 주었다.

집으로 들어오니 전구 설치 후 한 번도 끄지 않은 트리의 불이 약해지고 있는 건지, 낮이라 덜 밝아 보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희미해 보였다. 저 불을 끄고 싶지 않아 배터리를 갈아 꼈다.

크리스마스의 온기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집에 오는 길에 사온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바닥에 앉아 반짝이는 트리를 보며 홀짝였다.

아메리카노가 최대한 늦게 식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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