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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앞두고 ‘영어 지우기’ 나선 中 베이징…지하철 안내판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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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영어 지우기’에 나섰다고 CNN이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영어에서 한자 병음으로 교체된 베이징 지하철 안내도. 트위터 캡처
CNN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베이징 지하철 안내 표지판 영어 문구를 중국어 병음으로 교체했다.

병음’이란 중국어 한자음을 로마자로 표기한 발음 부호를 뜻한다. 중국어를 읽을 때 나는 소리를 알파벳 26개로 이용해 적는 것이다. 일례로 베이징 지하철역의 역站’이 영어 station’에서 중국어 병음 표기인 zhan잔’으로 교체됐다.

CNN은 이외에도 올림픽 공원의 Olympic Park’는 Aolinpike Gongyuan아오린피크공위엔’으로, 베이징 공항 제2터미널의 Terminal 2′는 2 Hao Hangzhanlou얼하오항잔로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시작된 이번 조치는 중국 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병음 표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 방문객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베이징 교통당국은 논란이 커지자 “베이징시 관련 규정에 따라 지하철 역명을 통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이용자는 “영어 번역은 외국인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며 “이런 번역은 불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도 이번 조치의 실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누구를 위한 변화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광명일보는 “중국인의 대다수는 중국어를 읽는데 병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병음보다 한자를 아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은 압도적 다수가 병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러한 번역은 외국인을 난처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CNN은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가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당시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당시 베이징은 도로 표지판과 공공기관의 잘못된 영어 번역을 고치는 캠페인을 벌였다. 외국인 손님을 위해 영어를 배우라고 장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시 주석이 문화적 자신감’을 내세우며 중국 전통문화를 장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은 베이징의 초·중·고교의 외국 교과서 사용을 금지했다. 상하이 지역 초등학교의 영어 기말고사를 제한하기도 했다.

중국 최대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의 한 이용자는 “영어를 없애기 시작했다”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영어 학습 열풍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CNN은 이에 중국 공산당과 서방 세력의 이념 갈등이 심화되면서, 영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서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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