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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
1일
상실의 슬픔올 어떻게 이겨날 것인가? 박완서 선생은
올림픽이 한창이던 7988년 남편올 폐앞으로, 외아들올
사고로 잃는 비극올 한꺼번에 겪없다. 아들은 나의
의과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얼마나 가록한
시련이없올까. 절필하고 수도원에 집거햇지만 아들올
생각활 때마다 “예리한 칼로 가슴을 각뜨는” 고통올
느껴다 한다.
대개 6개월이 고비다. 스랜퍼드대 연구틀 보면
사랑하는 사람올 잃고 6개월이 지나면 대부분 수용하고
일상으로 조금씩 복귀한다고 한다. 그러나 7%는
고통과 우울이 지속되어 정신과 의사의 치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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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슬픔올 억지로 누르지 말고 한껏 느끼도록
내버려두고, 신양까진 아니더라도 사후 다시 만날수
있다는 영적세계v 믿고, 사람이튼 일이든 반 자리흘
메물 수 짓는 존재틀 갖고, 술 담배 약물이나 퇴직, 휴학
등 일달의 시도보다 일상의 유지름 권고하고 있다:
나는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있올때 헤어짐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믿는다. 세상은 가록할 수 있으니까:
메멘토 모리든 시즈 더 데이든 소중한 사람과 매일매일
후회없이 사랑울 나뉘야 한다.
사진은 근 따넘이 펴번 책 “박완서의 말”에서 발체있다.
53년 시어머니와 함께 한 사진. 잇따고 고우시다.
박완서 선생은 30년동안 시어머니름 봉양쾌다한다:
또다른 사진은 생전 남편, 아들과 함께 자택에서 즐거운
한때
대글 14개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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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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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박인서
호
[일기
[신작
박완서 한말씀만 하소서
그저 만만한 건 신(#)이없다. 온종일 신율 죽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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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또 죽이고 일백번 고처죽여도 죽일 여지가 남
아 있는 신,
증오의 마지막 극치인 살의(꽃품) 내 살의틀 위해서도
당신은 있어야 돼.
어젯밤엔 맥주 대신 소주름 마섯더니 좀 잔 것 같다. 꿈
올 꾸엇으니까:
난리가 나서 허둥거리며 피난을 가고 사람들이 죽고
거리가 삼엄하고
양식이 동이 나는 굽이없다. 꿈속에서도 올림픽 첫날
에 난리가 나서 다 중단되다고 햇다.
내란 같기도 하고 천재지변 같기도 한 모한 공포 분위
기여건만 깨어나니까 중은 꿈을 농치고 난 것처럼 허
전행다.
내 아들이 없는데도 온 세상이 살판난 것처럼 들떠 잎
논 올림픽의 축제 분위기가 참을 수 없더니
내 아들이 없는 세상 차라리 망해버리길 바람 거나 아
니엇올까
내 무의식울 엿 본 것 같아 섬똑률다. 아아 천박한 정
신의 천박한 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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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아 어쩌면 에미틀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드
L
통곡이 치받칙다. 며칠 동안 주리 참듯 참단 울음이없
다: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없다.
짐승 같은 울음소리v 참으려니 온몸이 격렬하게 요동
올 천다. 구원의 가망이 없는 극형이없다.
금찍한 일이없다. 이렇 수는 없는 일이없다. 누구라도
이런 꼼직한 극형에 당해서는 그 영문올 물올 권리가
있다:
신의 권위가 장난질칠 권리가 아년 바에야 의당 그 극
형이 무슨 잘못에서 연유쾌는지 밝혀주야 한다.
신, 당신의 존재의 가장 참을 수 없음은 그 대답 없음이
다: 한 번도 목소리나 모습올 드러내지 양고도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올 있는 것처럼 느끼고 부르고
매달리게 하는 그 이상하고 음료한 힘이다.
영원히 순화월 것 같지 않은 원색적인 포악이 거침없
이 치밀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신의 문제는 나는 무엇일까 하는 나
의 내면응시로 귀착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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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무심히 그저 잘 나용다, 못 나용다 정도의 평을
하여 보단 사진들이
한 장 한 장 생전의 모습 그대로 생생하게 살아나 에미
의 살갖올 으스러뜨리며 에미 안으로 스민다:
내 아들아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그게 정말이나 .
창창한 나이에 죽임올 당하는 건 가장 잔인한 최악의
벌이거늘 그 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벌올 받논단
말인가:
이 어미에게 죽음보다 무서운 벌을 주는 데 이용하려
고그 아이름 그토록 준수하고 사랑 깊은 아이로 점지
하여더란 말인가.
하느님이란 그럴 수도 있는 분인가. 사랑 그 자체라는
하느님이 그것밖에 안 되는 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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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없는 게 낫다: 아니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아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땅속에 누위 짓는 것일
까?
내 아들이 어두운 땅속에 누위 있다는 겉 내가 믿어야
한다니. 발작적인 설울이 복받쳐다.
나는 내 정신이 미치기 직전까지 곧장 돌진해 들어갖
다가 어떤 강인한 저지선에 부딪혀 몸부림치는 겉
여실하게 느낌다. 그 저지선올 느길 수 없어야 미칠 수
있는 건데 그게 안되다.
인간의 삶과 죽음올 관장하는 초월적인 존재가 정말
있다면 내 아들의 생명도
내가 봉숨아름 뽑앗듯이 실수도 못되는 순간적인 호기
심으로 장난처럼 거두어간 게 아니없올까?
하느님 당신의 장난이 인간에컨 얼마나 무서운 운명의
손길이 된다는 겉 왜 모르십니까:
당신의 거록한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을 이렇게 막 가
지고 장난을 처도 되는 겁니까
주여, 그렇게 하참은 존재에다 왜 이렇게 진한 사랑울
불어넣으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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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죽엎는데도 기차가 달리고 계절이 바뀌고
아이들이 유치원올 가려고 버스틀
기다리고 있다는 것까지는 참아주없지만 88올림픽이
그대로 열린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올 것 같다.
내 자식이 죽엎는데도 고올마다 성화가 도착햇다고 잔
치틀 벌이고 춤들올 주는 것을 어찌 견디라.
아아 내가 독재자라면 1988년 내내 아무도 웃지 못하
게 하련만
미친년 같은 생각올 열정적으로 해 본다.
나는 주위의 만류와 부끄러움올 무릎쓰고 아들의 장례
에 달려갖없다.
못할 노릇인 줄은 남이 말해주기 전에 이미 온몸으로
느끼고 있없다.
자식 잡아먹은 죄로 어떡하든 그 벌올 받아내지 못하
면 따라 죽게 되든지 하다못해 까무러치기라도 한 줄
알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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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고통이 어느 한계까지 차올랍올 때, 기절할 수
잎는 장치가 돼 잎는 몸을 가진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
이다:
내 몸과 마음에는 불행히도 그런 장치가 빠져 있있다.
내가 자신올 독증이라고 저주하는 까닭도 바로 거기에
있다:
나는 신이 생사름 관장하는 방법에 도저히 동의할 수
가 없고 특히 그 종잡올 수 없음과 순서 없음에 대해
선
아무리 분노하고 비웃어도 성이 차지 않지만 또한 그
런고로 그분올 덧들이고 싶지 않앉다.
나는 오직 그분만이 생사름 관장하고 있다고 신의 권
위릎 믿엇고 불쌍하게도 깊이 공구(표튼)하고 있없
다:
문득 내가 아들 대신 딸 중의 하나름 잃엇더라면 이보
다는 조금 덜 애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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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억울햇올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없다. 처음
해보는 생각이없다.
그런 생각이 떠오른 것 자체가 두려워 나는 황급히 성
호흡 그없다.
행여 또 그런 생각이 떠오름까보 속으로 주모경올 외
차다:
그래도 두려워 화장실에 가서 울려 용서클 비는 기도
틀 햇다.
오랜만에 해보는 기도엿다. 그래도 두려움과 가슴의
울렇거림은 가라앉지 않앉다.
이해인 수녀의 방문을 받있다. 남편의 병중 상중에도
기도와 위로록 아끼지 않아 근 힘이 되엎는데
여기서 또 이런 꼴을 보이다니, 부끄럽고 숨고 싶없다.
딸애가 잇는 대로지만 정성껏 점심올 지어 대접있다:
식사 후 수녀님한테 눈물올 보이고부터는 검잡올 수가
없없다:
나는 사진청까지 꺼내놓고 아들 자랑울 하기 시작행
다 그애가 얼마나 특별한 아인지
나에게 꼭 있어야 할 아들일 뿐 아니라 직업인으로서
도 이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 인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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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기간과 일가친척 사이에서 얼마나 사랑과 기
대륙 모앗엇든지 눈에선 눈물올 실새없이 흘리다
입에선 침이 마르게 늘어놓앉다. 그동안 가족들 사이
에선 상처름 피하듯이 조심스럽게 화제에 올리기름 삼
가던
아들 얘기름 그 애름 전혀 알지 못하는 수녀님올 상대
로 마치 걸신들린 것처럼 지칠 줄 모르고 해없다.
특히 우리가 얼마나 특별하고도 완전한 모자 사이엿다
논 걸 강조활 때 내 허망한 열정은 극에 달햇다.
막연한 불안과 함께 예전에 본 미국 영화 속의 사이코
엄마 생각이 낫다. 나도 이러다 사이코가 되는 게 아날
까
주름 믿어서도 사랑해서도 아난 단지 공포 때문에 올
리논 기도관 얼마나 참담한가.
참담 그 자체, 그건 바로 나 자신이없다:
그 중 어린 수녀님이 속세의 친구에게 하는 소리가 문
특 내 관심올 끝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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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에 들어오기 전 얘기없다. 남동생이 어찌나 고
약하게 구분지 집안이 편할 날이 없없다고 한다.
왜 하필 내 동생이 저래야 되나? 비관도 되고 원망스럽
기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세상엔 속썩이논 젊은이가 얼마튼지 있다 내 동생이
라고 해서 그래서는 안 되란 법이 어디 있냐’
‘내가 뭐관데.. ‘라고 생각올 고처먹고 그 사실올 받아
들이니
한결 마음이 가녀워지고 동생과의 관계도 호전이 되더
라고 햇다.
‘왜 내 동생이 저래야 되나?’와 ‘왜 내 동생이라고 저려
면 안 되나?’눈 간발의 차이 같지만
실은 사고의 대전환이 아난가 나는 신선한 놀라움으
로 그 예비 수녀님올 다시 바라보앉다.
내 막내달보다도 햇돼 보이는 수녀님이없다. 저 나이
에 어쩌면 그런 유연한 사고름 할 수가 있없올까?
내가 만약 ‘왜 하필 내 아들올 데려갖올까?’라는 집요한
질문과 원한율
‘내 아들이라고 해서 데려가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로
고처먹올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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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럼 수만 있다면. 구원의 실마리가 바로 거기 잎
올 것 같앉다.
나는 남에게 월 준 적이 없없다. 물질도 사랑도.
내가 아낌없이 물질과 사랑을 나눈 범위논 가족과 친
척 중의 극히 일부와 소수의 친구에 국한되 있있다.
그 밖에 이웃이라 부릎 수 짓는 타인에게 나는 철저하
게 무관심햇다. 위선으로 사랑한 척한 적조차 없없다.
물론 남울 해친 적도 없다고 여기고 있있다: 모르고 잘
못한 적은 있율지도 모르지만 의식하고 남에게
약을 행한 적이 없다는 자신감이 내가 신에게도 겁먹
지 양고 당당하게 대들 수 있는 유일한 도덕적 근거옆
다:
주지도 양고 받지도 않은 타인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이야말로 크나르 죄라는 것올
그리하여 그 벌로 나누어도 나누어도 다함이 없는 태
산 같은 고통올 받앗음을 나는 명료하게 깨달앉다.
하필 변기 앞에 무릎 끓은 자세로; 나는 그 정답에 머리
숙여 승복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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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나의 간지(#쓸)가 또다시 빠져나갈 구멍을 찾
게 훨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은
그건 꼼짝달씩도 할 수 없는 정답이없다. 그리고 구원
이없다. 고통도 나늘 가치가 잇는 거라면 나누리라.
역설적인 얘기가 펼지도 모르지만 나의 홀로서기는 내
가 혼자가 아니없기 때문에 가능햇다고 생각하다.
가까이서 멀리서 나름 염려해준 여러 고마운 분들올
비롯해서 착한 딸과 사위들, 사랑스러운 손자들 덕분
이다:
나만이 알고 느끼는 크나른 도움이 또 있다. 먼저 간 남
편과 아들과 서로 깊이 사랑하고 믿엇던 그 좋은 추억
의
도움이 없없다면 내가 설사 홀로 섞다고 해도 그건 히
세에 불과햇올 것이다. 나는 요즈음 들어 어렵뜻하고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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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하게, 눈에 보이지 양는 사람의 이런 도움이야말
로 신의 자비하신 숨결이라는 것도 느끼게 되없다.
“주여 저에게 다시 이 세상올 사랑할 수 짓는 능력올
주서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주여 너무 집착하게는 마
몹소서”
그러나 우리논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이에 대해 과연
무엇올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아들이 인터 과정올 끝마치고 전문의는 무슨 과틀 택
활까 의논해올올 때 생각이 낫다.
그애는 나만 반대하지 않빠다면 마취과지 하고 싶다고
햇다. 뜻밖이없다.
나는 아들로 인하여 자랑스럽고 우출해하는 데 익숙해
저 있없다:
누가 시키거나 애쩌서가 아니라 그애 스스로가 선택한
학교나 학과가
에미의 자공심올 충분히 채위주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으레 그러려니 햇다:
내 무지의 탓도 있없지만 마취과는 어째 내 허영심에
훔족치가 못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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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하필 마취과나고 물없다. 그애는 그 과의 중요
성흘 자세히 설명햇다.
“그런 식으로 말해서 중요하지 않은 과가 어디 있켓
니?
이왕 임상울 할려면 남보기에 좀더 그럴 듯한 과큼 햇
으면 싶구나 “
나는 내 허영심올 숨기지 양고 실토햇다. 그때 아들의
대답은 이러있다.
“어머니; 마취과 의사는 주로 수술장에서 환자의 의식
과 감각이 없는 동안
환자의 생명줄올 쥐고 있다가 무사히 수술이 끝나고
의식이 돌아오면 별볼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환자나 환자 가족으로부터 고맙다튼가 애벗다는 치하
틀 받는 일이 거의 없지요
자기가 애름 태우며 생명줄올 붙들어준 환자가 살아나
서
자기름 전혀 기억해주지 않빠다는 건 얼마나 쓸쓸한
일이깊어요
전 그 쓸쓸함에 웬지 마음이 끌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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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들에 그 에미활까
나 또한 아들의 마음이 꼴린 쓸쓸함에 무조건 마음이
끌려 그애가 원하는 것’ 쾌히 승낙있다.
늘 사랑과 칭찬만 받으면서 자라 명랑하고 거침이 없
고
남울 웃기기 잘하고 농담 따먹기에 능하면 아들의 전
혀 새로운 면이없다:
나는 그때 아들에 대해 새롭게 알앉다.
품안의 자식인 출로만 알앞던 아들이 알아버려다가
아니라
알아야 할 무진장한 겉 가진 대상으로 우똑 섞올 때 얼
마나 대견햇던지,
그리고 그때의 그 앞의 시작에 대한 설레임까지
꼬바기 밝인 새벽 빚 속에 생생하게 되살아낫다.
일년 전 내가 그렇게 고통하고 신음할 때, 수없이 되물
엇단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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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한 말씀만 하시움소서. 그러나, 하느님은 일년
이 지난 지금까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없으시다:
그러나 그 고통의 순간올 지나올 때, 내가 그렇게도 원
망할 하느님이 계여다는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
다
나의 원망을 받아줄 하느님이 안 계여다면 오늘의 나
논 존재할 수 없올 것이다.
고통의 순간에 수많은 원망섞인 질문올 던질 때, 그 맘
은 원망올 고스란히 들어주석던 하느님
그분의 침묵은 더 많은 원망을 듣고자 하여단 하느님
의 배려워던 것이다.
<한 말씀만 하소서> 중에서.
1987년 아들 원태의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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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봄 경기도 의왕시 성화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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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즐거운 한때틀 보내고 있는
이해인 수녀와 고 박완서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