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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수 하림은 2만6000원짜리 오케스트라 연주회로 결혼식을 대신했다.”
(2)”좋아하는 노래가 뭐예요?” 가수 하림의 결혼식은 ‘노래’에서 출발했다. 하림과 신부의 공통점은 ‘노래’였다. 클래식작곡을 전공한 신부는 대학 때부터 좋아하던 ‘죽은 왕녀를위한 파반느’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5월의 신부’를 꿈꾸던 신부를 위해 결혼식 날짜는 무조건 5월이어야만 했다.하림은 그날부터 구글링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9년 5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연주되는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SOS를 쳤고, 팬의도움으로 폴란드 그단스크 뮤직 페스티벌을 알아냈다. 곧바로 티켓을 끊었다. 두 장에 우리 돈으로 2만6000원이었다.
(3)2019년 5월24일, 하림과 아내는 폴란드 그단스크 대공연장에서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며 ‘둘만의 예식을 치렀다. 예식을 빛내줄턱시도와 웨딩드레스도 갖춰 입었다. 하림은 평소 자주 입는 양복을 챙겨 갔고, 아내는 서울에서 인터넷으로 드레스를 구입했다. 결혼식 전날밤 두 사람은 연주자들보다 자신들이 더 튈까봐 약간 걱정을 했는데, 공연장에는 잘 차려입은 관객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4)총 1시간 정도 진행되는 공연에서 ‘파반느는 중간 정도에연주됐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하림은 ‘곧 있으면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무대위로 ‘파반느’의 지휘자가 등장했다. 지휘자가 옷매무새를다듬는 사이 하림과 아내는 결혼반지를 나눠 꼈다.
(5)5분도 지나지 않아 연주가 끝나고, 두 사람의 예식도 그렇게 끝이 났다. “넘 짧다”는 아내의 말에 하림은 “우리 인생도 이렇게 짧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남들보다 조금은 한가롭게 예식을 치르면서 하림은 오직 ‘결혼 생활을 잘하자’고 다짐했다.
(6)”신랑신부가 정한 날과 장소에 하객들이 가는 거잖아요. 물론 하객들은 축하하는 마음으로 오실 테지만 결혼식이 의도하지 않은 어떤 불편함을 주는 것 같았어요. 모종의 기대를 하면서 주고받는 축의금도 별로라고 느껴졌고요. 아내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양가 부모님께 ‘결혼식으로 장사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다행히 부모님들은저희 생각을 존중해주셨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지지해주셨어요.”
(7)결혼식장, 웨딩드레스, 하객, 축의금 등 불편함들을 하나둘
(8)걷어내고 나니 남은 건 오직 ‘두 사람’이었다.
크… 모자람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