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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연세대학교 대나무숲
(2)2015년 2월 6일 오전 1:00.
(3)연대숲 #24309번째 외침:
(4)2015.2.5 오후 11:10:43
(5)1학년 때 한 남자를 만났어요. 외모에 관심 없고 엄마가 사오면 다 고분고분 입는 것 같은 그런 남자요. 처음엔 찌질하다 생각했는데, 하도 저만 좋다고 따라다니길래 받아줬어요.
(6)우리의 집은 두시간 거리였어요. 다음날 시험이어도, 아파도, 차가 끊길 것 같아도 항상 절 바래다줬어요. 멍청해보여서 너 자신 생각도 좀 하고 그냥 집에 가라고 소리를 질러봐도, 제가 데려다줘도 또 제 뒤를 따라와서 제 방에 불이 켜지면 그 때서야 집에 갔어요.
(7)처음 싸운 날은 제가 울었는데, 화들짝 놀라더니 자기가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구요 저를 울게 해서 미안하다면서요.이 때만 운 것도 아니고, 제가 아프기만 해도 울었어요 이사람은 난 괜찮은데 왜 우냐니까 자기는 안 아픈데 제가아파하니까 대신 아파줄수 없고 안쓰럽다면서 울더라구요. 제가 슬퍼하면 자기도 슬프다고 울고, 제가 행복해하면자긴 그게 가장 좋다면서 행복해했어요.
(8)달랑 외투 두 벌 가지고 겨울을 나면서도, 제가 지나치면서예쁘다한 물건은 돈을 아끼고 모아서 기념일에 선물해줬어요. 제가 행복해야 자기도 행복하다면서요.
(9)지나가다 술 취한 행인이 돈 달라고 시비를 건 적도 있는데, 키도 작으면서 제 앞을 막아서더라구요ㅋㅋㅋㅋ 싸워서 손도 찢어졌는데, 또 제가 놀랐다고 기어코 집에 바래다주고 갔어요.
(10)제가 알바를 하다 알바비를 떼어먹힌 적도 있었는데, 기어코 자기가 찾아가서 다 받아내줬어요. 자기일마냥 화를 씩씩 내면서요.
(11)이렇게 5년이란 시간을 보냈어요. 지날수록 보고만 있어도 너무 바보같고 답답해서, 계속 고민하다가 이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 먹었어요.
(12)대학원생이라 모아둔 돈이 없어서, 집에서 보태줄 돈도 없
(13)어서 머뭇거릴 성격인거, 더 좋은 남자 만나겠다 하면 보내줄 사람인 것도 잘 알아서.. 그게 너무 답답해서,
(14)그래서 제가 청혼했어요
(15)사귄지 7년 째 되는 날에, 처음 고백 받은 저희 집 앞에서요. 결혼하자고, 안하면 평생 키스 안해줄거라 했어요ㅋㅋㅋ 돈은 내가 벌고 있으니 몸만 오라 했더니, 멍하니 있다가 저를 꽉 껴안는데 또 몰래 울고 있는 게 느껴져서 왜 우냐면서 저도 같이 한시간동안 울었어요 ㅋㅋㅋㅋ..
(16)그렇게 저희 오는 3월에 결혼해요! 가진 것 없이 월세부터시작해도 이 사람이 저의 전재산이나 다름 없기에 앞으로의 생활을 상상하면 웃음만 나오네요. 학교를 떠난지 오래된 곧 30대를 바라보는 늙은 선배지만 평생의 반려자를만나게 해 준 학교가 너무 고마워서, 이렇게 글 보내봅니다!
(17)후배님들, 살다가 이 사람의 행복이 내 행복이고, 이 사람의 슬픔이 내 슬픔이라 느껴지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꼭놓치지 말고 함께하세요. 그 어떤 사랑보다 고차원적인, 평생을 거쳐도 만나기 힘들 사랑이라고 제가 자부할게요. 모든 후배님들의 사랑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저희도 아름답게 잘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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