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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안녕하세요. 제주도에 살고 있는 40대 주부입니다.
(2)저는 결혼할 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식도 올리지 못한 채
(3)10평대 투룸에서 소박하게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4)<가계부>
(5)콩나물 500
(6)두부 1000
(7)그렇게 한 푼 두 푼 열심히 돈을 모아서
(8)육지 생활을 정리하고
(9)10년 전 제주도에 단독주택을 매매해서 이사를 왔습니다.
(10)제주도로 이사 오고 한 달도 채 안 됐을 무렵부터
(11)주변 사람들에게 집에 언제 초대할 거냐며
(12)나 언제 초대할 거야?
(13)이 기집애야 ㅡㅡ
(14)연락이 끊임없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15)시댁 식구들이 첫 스타트를 끊었어요.
(16)얘 집들이는 언제 하니?
(17)다음 주에 가려고 하는데
(18)시댁 식구들은 봄에는 유채꽃을 보러
(19)여름에는 바닷가에 물놀이하러
(20)가을에는 한라산에 단풍 보러
(21)겨울에는 동백꽃을 본다며
(22)사계절 존나 알차게 사시네요;;
(23)허구한 날 저희 집에 놀러 왔습니다.
(24)그리고 한번 오면 기본 일주일은 눌러 앉아 있었습니다.
(25)개노답 네가족
(26)오늘은 어디 데려가 줄 거니?
(27)갈치 조림 맛있는데 어디 없니?
(28)하이퍼리얼리즘;;;
(29)그러다 명절까지 저희 집에서 치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30)얘, 이번 추석은 너희들 집으로 간다.
(31)네 시누네도 추석에는 휴가 써서 일주일 놀
(32)아, 어머님 그럼 펜션 예약하시는 게 어떨까요?
(33)집 24평에 사람만 9명이면 너무 북적거릴 것 같아서요.
(34)집도 좁고 식사도 그렇고…
(35)그럼 내가 내 아들 집 놔두고 펜션 잡아야 되니?
(36)밥도 그냥 대충 해서 먹으면 되지!
(37)누가 진수성찬 차리라니?
(38)쥐S 편의점
(39)게다가 집 주변에는 편의점도 10분을 걸어가야 할 만큼
(40)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41)집에 있는 동안은
(42)하루 종일 차로 여기저기 태워다 드리며 구경시켜드려야 했고
(43)저는 볼일도 못 보고 잡혀있어야 했어요.
(44)게다가 남편 친구들까지 저희 집을 펜션 삼아 놀러 왔습니다.
(45)가지 저희 집을 펜션
(46)그렇게 이부자리 펴주고
(47)다음날 아침 차려 주고
(48)저희 부부가 여행 가이드까지 해주는 게
(49)하나의 코스가 돼버렸죠.
(50)그리고 밖에서 한 끼 먹게 되면
(51)저희가 밥을 사는 게 당연시됐습니다.
(52)저희가 초대한 것도 아닌데 맘대로 놀러 와서
(53)대접받으려는 심보가 너무 화가 났습니다.
(54)저희가 식당 가서 20만 원어치 밥 사게 해놓고
(55)12만 원어치 커피를 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56)그래서 손님만 한번 왔다 가면 기둥뿌리가 뽑혔고
(57)구멍 난 지출을 커버하느라
(58)5,000원
(59)그 몇 년간은 저축도 하지 못했습니다.
(60)282930
(61)미선이 27
(62)한 달에 손님을 평균 3번씩 치렀습니다.
(63)그리고 평소 일 년에 연락 한번 할까 말까 한 친구까지
(64)새로운 메세지가 왔습니다.
(65)뻔뻔하게 연락해오기 시작했습니다.
(66)야~ 나 담주에 제주도 가잖아~ 얼굴 보자구~
(67)그래 놀러와
(68)애들도 있는데 그냥 너네집에서 편하게 볼까?
(69)집 좋네~
(70)안방 창문에서는 한라산도 보여
(71)어휴 난 아파트 아니면 못 살아
(72)얘들아 맘껏 뛰어놀아!
(73)여기는 뛰어도 괜찮아!
(74)친구 자식들은 돌고래 비명을 지르며
(75)온 집안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76)사람들은 저희 집을 예의를 지켜야 할 남의 집이 아닌
(77)’하루 묵는 펜션쯤이라 여기고 함부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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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런데 저녁을 먹고 이제 자기들 숙소로 가려나 싶었는데
(2)친구가 자연스럽게
(3)우리는 어디서 자면 돼?
(4)우리 집에서 잔다는 소리였어?
(5)그럼 당연하지.
(6)안 재워줄 생각으로 초대했어?
(7)내가 초대했어?
(8)그럼 길바닥에서 자라는 거야?
(9)친구는 그렇게 사흘을 게기다가 갔습니다.
(10)최소 40굳은거 아님?ㅋㅋ
(11)정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12)사람들이 한바탕해집고 간 집을 치우고 있자니
(13)제주도로 이사 온 게 후회스러웠고
(14)인간에 대한 혐오까지 들었습니다.
(15)제주에서 펜션을 하면 돈이라도 받지,,
(16)하지만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17)미움받을까 무례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18)제 탓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9)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손님 치다꺼리에 지친
(20)저는 제 행복을 찾기 위해 싸워나가기로 했습니다.
(21)시댁 식구들에도 할 말 다 했습니다.
(22)또 빈손으로 오는 건 아니죠?
(23)그리고 오는 건 좋은데 잠은 못 재워주니까
(24)예약해서 와요.
(25)치다꺼리하기 귀찮아서 밥도 외식할 거예요.
(26)계산은 아가씨가 하고요.
(27)저는 집에 온다는 사람들에게
(28)자고 가는 거 귀찮다
(29)빈손으로 오지 마라
(30)오면 밥 사줄 거냐 등등
(31)평소에는 민망해서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말들을
(32)마구 뱉었습니다.
(33)이렇게 철벽을 치며 무안을 주자
(34)사람들의 놀러 온다는 말은 쏙 들어갔습니다.
(35)저는 그렇게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36)하지만 주변 사람들에 매정하고 인색한 사람이 되어버렸죠.
(37)다들 그동안 제가 베풀었던 호의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38)저에게 섭섭하다고만 하네요.
(39)관계속에서 선을 지키며 사는 게
(40)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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