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계사에서 차로 한 15분 정도 거리에 살거든
방금 잠도 안 오고 신선한 공기나 마셔야겠다 싶어 밤마실 갔는데
폰을 안 가져가서 사진은 없다 미안
청계사 진입로가 오래돼서 그런지 CCTV가 많지도 않고 진입로가 그리 밝은 편은 아니라
솔직히 밤에 가면 으스스한 맛이 꽤 있어 근데 난 밤에도 산책 자주 가는 편이라 무섭지는 않아
어쨌든 진입로 초에 공원? 놀이터? 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공간이 있고
거기에 내 스쿠터를 세웠고 거기서 부터 걸어 올라가려고 했는데
인기척이 있어서 화들짝 놀라 바라 보니 웬 여자가 흰색 원피스 그 A형이라고 부르는 밑으로 가면 넓어지는 롱스커트 입고서
셀카 같은 걸 찍고 있더라 와.. 검은 머리에 흰색만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ㅅㅂ
그나마 거긴 가로등이 조금 있어서 사람인지 아닌지 분별할 수는 있는 공간임
근데 새벽 1시 반이 넘는 시간에 내가 나타나니
그 여자(?)도 당황한 듯 하더라
정확하게는 내가 거기에 스쿠터를 세우고 내릴 줄은 예상 못했던 듯 함
스쿠터 소리가 요란해서 누군가 오는 건 인지 못 할 수는 없었을 거야
처음엔 나 때문인 지 안 찍더니
이내 한 30여초 만에 다리 난간(인공 나무다리 위에 있었음)에 카메라 놓고 물러나서
찍기도 하고 가까이에서 찍기도 하고 그러더라
셔터음 같은 거 없고 후레쉬 안 터지고 거치해 놓고 찍는 거 보니 동영상 같았음
근데 잘 안 보이긴 했어도 치마를 걷어 올리는 듯 한 제스쳐도 보이고 그 상태로 카메라에 멀어졌다 걸어오는 거 찍는 듯 했음
네이버 지도에서 가져왔는데 딱 저 위치였음 가로등도 보면 알겠지만 구형 가로등 밖에 없어서 많이 안 밝아순간 와 이게 말로만 듣던 틔터 야노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더라
다리 난간이랑 수풀에 가려져 노출부위? 하체?가 보이지는 않았음
근데 치마를 주섬주섬 걷어 올리는 모양새는 확실했었어
약간 고민 되더라 거리가 있긴 해도 내가 있는데도 대놓고 찍는 거 보니 볼 테면 봐라 싶기도 하고
나도 빤히 볼 수는 없으니 가져간 커피 좀 마시면서 벤치에 앉았음
하지만 나도 인간이라 호기심에 자꾸 눈이 갈 수 밖에 없잖아
그래서 조금 더 몰래 바라 봤음
근데 앞서 나무다리 위라고 했잖아 여자가 걷는 거 치고는 들리는 하이힐 소리가 너무 묵직하면서
내가 아는 여자의 그 소리와 다른 거야 잘 보니 약간 어깨도 넓어 보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힐을 신고 걷는 모습이 팔자 느낌인 거야 뒤뚱 거린다고 해야 하나..(상체는 잘 보였음)
순간 와.. 이거 혹시 야노이긴 야노인데 여장남자 뭐 그런 건가 하는 생각도 떠오르더라
(그래서 위에 여자(?) 뒤에 물음표 붙인 거임)
새벽 1시가 넘는 시간에 어둡고 인적 없는 산 입구 초에서
겁도 없이 여자 혼자 그런다는 게 조금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그래서 갑자기 소름 돋아서 마시던 커피 버리고
바로 스쿠터 시동 걸고 돌아왔음
매번 동 틀 때 즈음 해서 5~6시 사이에 갔었는데 시간대 한 번 옮겨 봤다가 별 희한한 경험 해 봤네
여담으로 모기한테 5방 물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