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마왕은 머지않아서 호그와트에 첩자가 필요하지 않을 순간이 오리라고 예상하고 있겠지?”
“그자는 학교가 곧 자기 손아귀에 넘어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 맞습니다.”
“만약 학교가 그의 손에 넘어간다면 호그와트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네 힘이 닿는 데까지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고 내게 맹세할 수 있겠나?”
덤블도어는 슬쩍 지나가는 말을 던지듯이 말했다.
스네이프는 딱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럼 자네의 첫번째 임무는 드레이코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알아내는 거네. 겁에 질린 십 대 소년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위험한 법이지. 그러니 자네가 그 아이를 도와주고 길잡이가 되어 주게, 그 아이는 분명 받아들일 걸세. 그 아이는 자네를 좋아하니까.”
“…….그 애 아버지가 총애를 잃고 난 이후로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드레이코는 저를 탓하고 있습니다. 제가 루시우스의 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번 시도나 해 보게. 나는 나 자신보다도, 그아이가 어떤 계획들을 세우든지 그 때문에 뜻하지 않은 희생자들이 생길까 더 걱정일세. 물론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볼드모트의 분노로부터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할 일이 딱 한가지 남아 있네.”
스네이프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비아냥거리는 투로 물었다.
“그 아이가 교수님을 죽이도록 내버려 두시려고요?”“그럴 리가. 자네가 나를 죽여야만 하네.”
한동안 긴 침묵이 이어지다가, 기묘하게 딸각거리는 소리에 깨졌다. 불사조 퍽스가 오징어 뼈를 콕콕 쪼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당장 제가 그 일을 하길 원하시는 겁니까?”
스네이프가 잔뜩 비꼬는 말투로 물었다.
“아니면 비문을 작성하실 시간이라도 잠시 드릴까요?”
“오오, 아직은 아닐세.”
덤블도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도 때가 되면 그 순간이 저절로 찾아올 걸세. 하지만 오늘 밤 벌어진 일을 고려하면…”
덤블도어가 시들어버린 손을 가리켰다.
“분명 그 일은 1년안에 벌어질 거야.”
“그토록 죽는게 아무 상관이 없으시다면, 그냥 드레이코가 그렇게 하도록 내려버 두시지요?”
스네이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아이의 영혼은 아직 그렇게까지 손상되지 않았어. 나 때문에 그 아이의 영혼을 갈가리 찢어 놓고 싶지는 않네.”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렇다면 제 영혼은요. 덤블도어 교수님? 제 것은요?”
“한 늙은이가 고통과 수모를 모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과연 자네의 영혼을 해칠만한 일인가 하는 것은 오직 자네만이 알겠지. 처들리 캐논 팀이 올해 리그에서 꼴찌를 하는 것만큼이나 확실하게 죽음이 내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자네에게 이런 중대한 부탁을 하는 거라네, 세베루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빠르고 고통없는 죽음이 좋다네. 이를테면 만약 그레이백이 연루될 경우에 벌어지게 될, 그런 질질 끄는 너저분한 죽음보다는 말일세…볼드모트가 그를 영입했다고 들었는데? 아니면 먹잇감을 먹어 치우기 전에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벨라트릭스라든가.”
그의 말투는 한없이 가벼웠지만, 그의 푸른 눈동자는 해리에게 종종 그랬던 것처럼 스네이프를 매섭게 꿰뜷어보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논의하고 있는 바로 그 영혼이 그의 눈에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침내 스네이프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덤블도어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고맙네, 세베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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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세계관에서 살인을 행하면 영혼이 찢어지는데
이미 밥먹듯이 살인해온 놈이면 굳이 저기 와서 영혼 찢어진다고 덤블도어한테 따질 것도 없지
아예 없거나,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거임.
물론 그렇다고 죽먹자에 가담해서 볼드모트 측근까지 되려면 그 외의 악행을 충분히 많이 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