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는 코로나 이후에 3년 만에 도쿄에 갈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당연히 하타노 유이 이벤트를 노렸으나, 하타노 유이 이벤트 일정이 안맞아 결국 실패했고
다른 이벤트 일정들도 코로나로 인한 DVD 판매점 감소와 AV신법의 영향으로 신작 발매가 줄어든 탓에
경쟁률이 치열해져서 원래 가고자 했던 이벤트들이 거의 매진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와중에 한군데 꼭 가보려고 했던 곳이 있었는데
사실상 2021년에 은퇴를 한 하스미 쿠레아가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바였습니다.
하스미 쿠레아는 업계 최고의 엉덩이 라인과 기승위 스킬을 가졌던 명배우였죠.
이 움짤로 유명하죠. 사실 기승위 스킬이 대단한 배우인데, 그건 여기 올릴 수가 없어서…….
저도 하스미 쿠레아의 팬이라서 2016년에 DVD 발매 이벤트도 갔었습니다.
은퇴 이후에 근황을 알 수 있는 AV배우들이 거의 드문 상태에서
영업을 위해 꾸준히 자기 바 홍보를 하며 근황을 알리고 있는 하스미 쿠레아는 그래도 나은 편이죠.
장사가 잘되는지, 작년 12월부터 바를 한 개 더 차렸는데, 바 이름이 대놓고 ‘BAR 하스미 쿠레아’입니다.
딱 하나 걱정하던 건, 하스미 쿠레아가 운영하는 바가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거 였습니다.
하필 위치도 일본에서도 악명높은 가부키초 한복판이라서,
3년만에 덕질 한번 하러 갔다가, 돈 왕창 뜯기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었죠.
하지만, 해도 후회고 안해도 후회라면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결국 하스미 쿠레아가 있는 바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밤에 가부키초를 가보신 분들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수많은 러브호텔, 술집, 호스트바 등 위험한 어른들의 동네죠.
이런 곳들은 좋아하지도 않고, 가본 적도 거의 없어서 살짝 쫄기는 했지만, 결국 바가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건물 전체가 술집으로 되어있는 무시무시한 느낌의 건물에 들어가자
7층에 ‘하스미 쿠레아’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더라구요.
엘레베이터를 타고 7층에 내리자, 오른쪽 복도 문 옆에 ‘하스미 쿠레아’라고 딱 하나 적혀진 간판이 포스가 있었습니다.
저 검은 문을 열고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도 없어서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바 안은 제가 사진을 찍지 않아서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열고 들어가자 제가 상상했던 위험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창을 통으로 크게 만들어놔서 바깥이 딱 보이는데, 차경이 가부키초의 화려한 밤풍경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창을 보니까 오히려 안심이 되더라구요. 막 위험한(?) 곳은 아니겠는데? 대신 돈이 싸지는 않겠구나.
가게에 들어가니 직원이 나와서 혼자 왔냐, 처음이냐를 물어보고
제가 가져온 짐이랑 옷을 받아서 걸어놓고서는 시스템을 설명해줬습니다.
그 때 정신 잘 차리고 호갱 짓만 안하면 위험한 곳은 아니겠다는 느낌이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슬쩍 가게를 둘러봤는데, 딱 봐도 테이블에 술 많이 시켜놓은 일행들하고
하스미 쿠레아가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더라구요.
하스미 쿠레아를 실물로는 거의 7년, 마지막 영상 발매는 이미 1년이 지난 상태였는데
이렇게 술집 점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하스미 쿠레아를 보니 느낌이 새롭더라구요.
1시간에 4000엔, 서비스 차지 20%에 세금 10%가 추가붙는게 기본 요금이고
비싼 술은 요금표를 따로 받지만, 그냥 공짜로 주문할 수 있는 술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여직원이 나와서 같이 이야기도 하는, 소위 ‘토킹 바’나, ‘모던 바’라고 부르는 그런 시스템인거 같은데
제가 한국에서는 집에서만 마시는 혼술러라 확실치는 않습니다.
바가 생각보다 크긴 한데, 그날은 손님이 별로 없더라구요.
그래서 나름 하스미 쿠레아랑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기대를 해봤지만
저를 상대해주는건 다른 여직원 2명이었고, 하스미 쿠레아는 처음에 봤던 그 테이블에서 계속 어울려 이야기 중이었습니다.
처음에 하스미 쿠레아 팬이라서 여기 왔다고 하니까 잠깐 와서 짧게 이야기는 했습니다.
여기 몇달 전에 선물도 보냈었다 이런 이야기도 했는데, 길지는 않게 이야기하고 바로 원래 테이블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누님 원래 맺고 끊음이 선명한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딱 보여주더라구요.
팬이라고 특별히 일본 특유의 서비스 정신으로 과장해서 반겨주지 않고
그냥 딱 적당히 와줘서 반갑고 고맙다, 근데 뭐 당신이 특별히 대단한 경우는 아닙니다 느낌으로 ㅎㅎㅎㅎ
하긴, 돈 많이 내는 쪽이 갑이죠.
하스미 쿠레아를 만나러 온 목적은 달성했지만, 딱 얼굴 보고 이야기 몇 마디 나누기 이상은 안되겠구나를 직감했습니다.
이렇게 된 거 1시간 동안 최대한 공짜 술이라도 많이 먹고 가자는 전략을 짰습니다.
그래도 제 옆에 여직원 둘이 한류 열풍에 힘입어 가게에 온 K-호갱에게
비지니스 용으로 말도 잘 걸어주고 해서 재미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K-호갱에게 1000엔짜리 술 한잔씩 사달라는 건 잊지 않았습니다만.
저도 일본어는 잘 못하지만, 옆에서 분위기를 맞춰주니 뭐 되나가나 이야기했구요.
이 여직원들도 잠깐 AV를 찍었었거나, 아니면 이런 계열에서 일했더라구요.
1시간이 거의 되니까, 가게에서 1시간 더 연장할 것이냐 물어보는데, 그래도 1시간만 있기는 아쉽기도 하고
그래도 공짜 술만 실컷 먹으면 제 예상 범위 안의 지출일 거 같아서 1시간 더 있기로 했습니다.
제가 위스키를 계속 시켰는데, 의외로 공짜 술에 탈리스커가 있어서 오호라 했던 기억이 나고
한국에 수입이 거의 안되는 ‘후지산로쿠’라는 위스키를 두 잔 시켜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옆에 여직원이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위스키 중에서는 ‘후지산로쿠’가 제일 비싸다고 슬쩍 알려줬었는데
그래봐야 공짜 술이 얼마나 비싸겠냐만, 그래도 한국에도 수입되는 ‘가쿠빈’보다는 좀 희소성도 있고 가격도 쬐끔 더 높습니다.
2시간이 지나고는 이제 더 이상 있기는 술도 많이 마셨고, 돈 걱정도 되고 해서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스미 쿠레아와 같이 사진 한방 찍었습니다.
하스미 누님과 사진 찍는 건 1300엔입니다.
계속 다른 테이블에서 이야기하고 있던 하스미 누님도 사진 찍자고 하니까 잠깐 왔습니다.
이렇게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저는 가게를 나왔습니다.요금은 대충 2시간에 15000엔 정도 생각하면 되구요.
비싼 술 시키면 여기서 더 올라가겠죠?
결론은 하스미 쿠레아 누님의 팬이라면 한 번쯤 잘 살고 있나 보러갈만 하기는 한데
이 누님이랑 오붓하게 길게 이야기하고 이런 거는 크게 기대 안하시는 게 좋을 거 같구요.
아, 돈 많으시고 일본어 잘하신다면 모르겠습니다.
일본어를 잘 못하신다면, 1시간 동안 술만 조용히 마시다가 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직원들이 접객을 해줘도 어느 정도 말이 통해야 돈 값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그래도, 저같은 K-호갱이나 다른 팬들이 꾸준히 방문해주는 덕분에
하스미 쿠레아 누님이 은퇴 후에도 돈 잘 벌고 살고 있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긴 시간 동안 속살까지 다 본 사이(?)인데,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